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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중앙은행 “美 달러 이탈 본격화...금·유로·위안화 보유 확대”

중앙은행의 40% "향후 10년간 금 보유 늘릴 것"...달러 선호도는 7위로 '뚝'
미국 달러, 유로, 중국 위안 및 파운드 지폐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달러, 유로, 중국 위안 및 파운드 지폐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수조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고에서 미국 달러화 비중을 줄이고 금과 유로 및 중국 위안화 등으로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무역 체계의 분열과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심화하면서 자금 흐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24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중앙은행 세 곳 중 한 곳은 향후 1~2년 이내 금 보유 비중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 소재 싱크 탱크인 공적통화 금융기구 포럼(OMFIF)이 약 5조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고를 관리하는 75개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금 보유를 확대하겠다고 응답한 중앙은행이 줄이겠다고 응답한 중앙은행 수를 대폭 상회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량을 사상 최대 규모로 늘려온 가운데, 조사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금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OMFIF는 이날 보고서에서 “중앙은행들이 금에 대한 베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향후 10년간 중앙은행의 40%가 금 보유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가장 선호하는 통화였던 미국 달러화는 올해 조사에서는 선호도가 7위로 밀려났다. 조사에 응한 중앙은행의 70%는 미국의 정치 환경이 달러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답했다. 이는 1년 전(30% 수준)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금에 대한 쏠림 현상과 함께, 유로화와 중국 위안화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면서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 전략이 다각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12~24개월 이내 유로화 보유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한 중앙은행 비중은 16%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 7%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모든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수요 증가율을 기록했다. 유로화의 뒤를 이어 중국 위안화를 늘릴 계획인 중앙은행의 비중도 증가했다.

특히 향후 10년을 기준으로 보면, 위안화에 대한 선호는 더 두드러졌다. 응답한 중앙은행 중 30%는 위안화 보유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위안화의 글로벌 외환보유액 비중은 현재의 2% 수준에서 6%까지 세 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조사에 응한 중앙은행들은 향후 10년 내 글로벌 외환보유액에서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2%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케네스 로고프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하버드대 교수는 외환보유고에서 유로화의 비중 확대 움직임에 대해 “유럽이 더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기보다는 달러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유로화를 달러의 실질적인 대안 통화로 키우기 위한 조치를 촉구했다.

HSBC의 중앙은행 담당 버나드 알트슐러 글로벌 총괄은 “현 시점에서 외환보유액 구성에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 통화는 유로화”라며 “관련 과제가 해결된다면 2~3년 안에 유로화의 글로벌 외환보유고 비중이 25%에 도달하는 것이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세계 최대 무역 블록으로 경제 규모도 달러의 다른 경쟁 통화들보다 훨씬 크다. 반면, 위안화는 자본 통제가 엄격해 글로벌 보유 자산으로서의 매력이 제한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EU)은 공동 국채 발행을 포함해 방위비 지출 확대를 통해 독자 노선을 강화하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독일 역시 국방비 지출을 대폭 늘리고 있으며, EU는 자본시장 통합 노력도 재개하고 있다.

UBS자산운용의 글로벌 소버린마켓 전략 및 자문 책임자인 맥스 카스텔리는 “유로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질문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면서 “유로화의 외환보유액 비중이 2020년대 말까지 25%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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