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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미국 안보의 아킬레스건...방위산업 위협

무역전쟁 격화로 중국의 핵심 광물 통제권 무기화 가속
미국, 국내 공급망 구축 서둘러도 수년간 취약성 불가피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가 미국 방위산업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가 미국 방위산업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촉발된 무역 전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가 미국 방위산업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11일(현지 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4월 초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54%로 인상한 데 대한 보복으로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발효했으며, 이는 양국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125%로 확대됐다.

중국은 4월 4일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7개 범주의 중희토류를 수출 통제 목록에 올렸다. 이제 이 광물들을 중국 밖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하며, 중국은 발급하는 허가증의 수를 제한함으로써 선적을 제한할 수 있게 됐다.

희토류는 방위, 전기자동차, 에너지·전자제품 산업에 핵심적인 17가지 원소 그룹이다. 이름과 달리 지구상에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존재하지만, 추출과 정제 과정이 복잡하고 환경적으로 까다롭다. 중국은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전 세계 공급량의 90%를 차지하며 생산 능력을 지배하고 있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의 블라도 비베다 연구원은 중국이 고성능 영구자석 생산에 필수적인 여러 희토류 원소의 "지배적인 글로벌 생산자이자 가공업체"라고 설명했다. 이 자석들은 미사일 유도 시스템, 레이더, 항공기와 해군 시스템용 전기모터, 첨단 통신기술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미국 희토류 자석 공급업체 USA Rare Earth의 조슈아 밸라드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수출 통제가 "미국에서 제조하는 산업, 즉 방위·항공우주·자동차 등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제한 대상 희토류는 제트엔진 코팅, 고주파 레이더, 정밀 레이저 등 다양한 군사 용도로 쓰인다.

중국은 오랫동안 핵심 광물 지배력을 미국과 동맹국의 방위산업을 표적으로 삼기 위한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군 최종 사용자에게 갈륨·게르마늄·안티몬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를 했으며, 이번에 7개 희토류 원소로 확대한 것은 중국이 핵심 광물의 채굴과 가공 지배력을 무기화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 사례다.

특히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3월 보잉사와 미 공군의 차세대 공중 우위(NGAD) 프로그램 계약을 체결한 시점과 맞물렸다. F-47로 명명된 NGAD 전투기는 2030년대에 배치될 예정이며, 인공지능과 함께 희토류 금속과 자석을 필요로 하는 첨단 항공전자, 레이더, 엔진, 스텔스 기능 등을 통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은 이러한 공급망에 특히 취약하다"면서 희토류가 F-35 전투기, 버지니아급 잠수함, 토마호크 미사일, 레이더 시스템 등 다양한 방위 기술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F-35 한 대에는 약 900파운드의 희토류가 들어가며, 버지니아급 잠수함에는 9200파운드 이상이 사용된다.

미국은 이러한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 국내외에서 대체 자원을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연방정부가 신규 광산 허가 승인을 간소화하고, 국방물자생산법을 활용하며, 민간과 공공 투자를 장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내에서는 Niocorp와 US Critical Materials가 각각 네브래스카와 몬태나에서 희토류 광산을 개발 중이다.

또한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핵심 광물 매장지 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의 통제권 획득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린란드는 북극 안보 측면에서 전략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상당한 희토류 매장량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더라도 단기간 내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블라도 비베다는 "공급망은 다운스트림 처리와 분리 능력에서 여전히 취약하며, 중국이 계속해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완전한 자급자족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며, 단기에서 중기적으로는 방위 수요를 완벽히 충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 국무부는 2027년까지 모든 방위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완전한 '광산-자석'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CSIS는 "미국은 당분간 뒤처질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이 상당 기간 희토류 정제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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