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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마크 카니 ‘캐나다 총선 승리’ 의미…'트럼프에 맞설 지도자'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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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사진=로이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이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각)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단순한 정당 간 정권 유지의 문제가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적·정치적 압박에 대한 캐나다 유권자들의 자발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가진다고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 보도했다.

카니 총리는 지난달 14일 제24대 총리로 취임한 이후 처음 맞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병합을 언급하며 강압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캐나다산 자동차 및 철강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해 카니 총리는 유세 기간 내내 "미국은 우리의 자원과 물, 땅을 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무너뜨리려 한다"며 캐나다의 주권 수호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이번 선거는 경제 문제가 아닌 외교·안보 위협이 국내 정치의 중심 이슈로 떠오른 이례적인 사례였다. 캐나다 유권자들은 단순한 경기 부진이나 생활비 상승보다 미국의 노골적인 압박에 더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투표장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카니 총리는 유럽 및 아시아와의 무역 다변화, 북미 안보 관계 재협상, 관세 보복 유지 등 구체적인 정책 구상을 제시하며 강한 리더십을 부각시켰다.
NYT는 "이번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삼겠다고 언급한 이후 촉발된 주권 논쟁이 중심에 있었다"며 "카니 총리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병합 발언 이후 캐나다에서는 미국 국가 제창을 야유하거나 미국산 와인을 매장에서 철수하는 등 반미 정서가 고조됐다.

FT 역시 카니의 승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맞서는 서방 민주주의의 새로운 정치 리더십이 출현했다"고 분석했다. 전직 중앙은행 총재이자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국제금융 질서를 꿰뚫고 있는 카니는 기존의 관료형 지도자와는 다른 전략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흥미로운 점은 선거 직전까지 자유당이 보수당에 여론조사상 최대 30%포인트까지 뒤지고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병합 발언과 고율 관세 조치가 오히려 애국주의 정서를 자극하면서 민심이 급변했다는 점이다. 카니는 이 흐름을 정치적으로 정확히 읽고 "팔꿈치를 세워라, 캐나다"라는 강경 슬로건을 통해 결집 효과를 이끌어냈다.

반대로 피에르 폴리에브르 보수당 대표는 트럼프와 유사한 포퓰리즘 노선을 취하며 지지 기반을 유지하려 했지만 정작 본인의 지역구인 오타와 카를턴에서 낙선하며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었다. 보수당이 역사상 가장 많은 득표율을 기록하고도 실질적인 정권 교체에 실패한 데는, 트럼프와의 거리 조절 실패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니 총리는 앞으로 소수 정부를 이끌어야 하지만 국내 정치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캐나다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할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는 6월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대면이 예정돼 있어 이번 선거 결과는 캐나다-미국 관계뿐 아니라 G7의 향후 노선에도 중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총선은 단지 한 정당이 이기고 다른 정당이 진 문제가 아니라 유권자들이 '트럼프에 저항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함으로써 캐나다의 주권과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집단적 결단을 내린 사건이었다. 마크 카니의 승리는 곧 캐나다가 선택한 새로운 국제 정치 리더십의 출발점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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