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 "프랑스 제조업은 낙관적 기조...한국은 정치불안까지 겹쳐 경기침체 위험 증가"

ING는 프랑스 제조업체들이 무역 전쟁 와중에도 예상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무역 분쟁과 국내 정치 불안정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올해 1분기 경제가 이미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의 4월 기업환경지수는 96으로 전월보다 1포인트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제조업 부문의 기업 심리가 오히려 3월 96에서 4월 99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는 수주 잔량(오더북), 생산 전망, 과거 생산 실적 등 기업 심리를 측정하는 모든 지표에서 개선된 수치다. 미국의 추가 관세 발표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산업·기업들이 금융시장의 우려와 달리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 경제는 올해 1분기에 전분기 대비 0.2% 하락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0.1% 성장과 ING 예상치인 0.2% 성장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0.1% 하락했다(2024년 4분기 1.2% 성장 대비). 보고서는 "한국은행이 지난주 경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음에도 4월 통화정책회의에서는 금리를 내리지 않고 현 수준으로 유지했는데, 이후 실제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더 나쁘게 나와 정책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 한국, 내수·투자 모두 위축…프랑스는 제조업 낙관론 속 소매·건설 부진
한국의 경우 지출 측면에서 민간 소비와 정부 소비가 모두 0.1% 감소했으며, 이는 주로 국내 정치 환경과 자연재해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 때문이라고 ING는 분석했다. 특히 건설 투자가 3.2%, 장비 투자는 2.1% 감소하면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내수는 전체 성장률을 0.6%포인트 끌어내렸다"고 진단했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소매·자동차 무역 부문에서 사업 전망과 수주 의도 감소로 기업 심리가 크게 악화됐으며, 건설 부문에서도 소폭 악화됐다. 서비스 부문은 4월에 소폭 개선됐으나 여전히 장기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ING는 미국의 영구적인 10% 수입 관세가 프랑스 GDP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수출 감소를 통해 약 -0.1%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불확실성, 글로벌 경제 둔화, 긴축적인 재정 정책도 올해 내내 프랑스 경제 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 프랑스 경제는 침체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다음 분기 동안 분기별 성장률은 0%에서 0.1% 사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경우 ING는 "여전히 한국 경제가 기술적 경기 침체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있으나, 경기 침체 가능성은 분명히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4월 초부터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고, 중요한 선거 기간에는 지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2분기에는 국내 성장률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남부 산불 이후 재건으로 이번 분기에 일시적으로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 모두 정책 지원이 회복의 관건인 것으로 분석됐다. ING는 한국은행이 5월에 금리를 인하하고 연말까지 총 75기준점(bp)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정책 면에서는 "현 정부가 제안한 12조원이 대선 전에 통과되면 소폭 증액될 것으로 예상되며, 선거 이후 또 다른 추가 예산안이 나올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ING는 프랑스와 한국이 내년에는 각각 0.8%와 1.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미국 경기 침체로 인한 위험 증가와 국내 정책 지원 지연이 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요 원인"이라면서 "관세 협상과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양측 모두 고려해야 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