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테슬라를 공격한 ‘병든 테러리스트 불한당’들은 엘살바도르의 ‘아름다운’ 감옥에서 20년형을 살게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시위 도중 방화 및 파손 혐의로 기소된 미국 시민을 해외에 수감하겠다는 의지를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밝힌 첫 사례로 시민단체들은 “헌법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이 발언은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부효율부가 대규모 감원을 단행한 데 항의해 테슬라 매장과 충전소 등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대부분 평화적인 시위였지만 일부 참가자가 차량이나 충전소에 불을 지르거나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미 법무부는 지난 20일 이들 강운데 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으나 이름이나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 언론들은 최근 개별적으로 발표된 지역 검찰청의 기소 내용과 유사하다며 이들이 연관된 것으로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에도 “가장 악질적인 범죄자들을 해외 감옥에 수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즉시 실행하고 싶다”며 “현재 가능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브레넌센터의 로런 브룩 아이젠 형사사법 프로그램 국장은 “미국 시민권자를 외국 감옥에 보내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는 ‘잔혹하고 이례적인 처벌’에 해당한다”며 “이는 명백한 수정헌법 8조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 ‘제1단계법(First Step Act)’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률은 연방정부가 형을 선고받은 범죄자를 가능한 한 자택에서 800㎞ 이내의 교정시설에 수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베라 형사사법연구소의 인샤 라만 부소장도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미국 역사상 시민권자를 외국 감옥에 수감한 전례는 없다”며 “이는 헌법, 적법절차, 형사사법 체계 어디에도 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감옥은 엘살바도르의 테러범 수용소로 과밀수용과 고문 수준의 폭력, 의료·식량 부족 등으로 국제인권단체로부터 ‘비인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 수백명을 갱단 연루 혐의로 이곳에 이송한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