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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효과'...대만 반도체 호황의 그늘, 주택 가격 폭등

고소득 칩 엔지니어 유입, 가오슝 등 주요 도시 집값 급상승
빈부 격차 심화 우려 속 대만 정부 주택 안정화 노력 지속
대만의 반도체 산업 호황이 주택 가격 급등을 견인하며 'TSMC 효과'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대만의 반도체 산업 호황이 주택 가격 급등을 견인하며 'TSMC 효과'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사진=로이터
대만의 반도체 산업 호황이 주택 가격 급등을 견인하며 'TSMC 효과'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고임금 칩 엔지니어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가오슝을 비롯한 주요 도시의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대만 사회의 빈부 격차 심화라는 새로운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각) 싱가포르의 ‘더 스트레이츠 타임즈’가 보도했다.
타이베이에 본사를 둔 은행 임원 스탠리 쿠오는 고향인 가오슝으로 돌아가 첫 집을 장만하겠다는 꿈을 꾸었지만, 가파르게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에 좌절하고 있다. 특히, 가오슝 난즈구의 주택 가격은 2020년 이후 89%나 급등하며 쿠오 씨의 꿈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

가오슝뿐 아니라 대만 전역에서 반도체 공장(팹)이 위치하거나 건설되는 곳마다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주, 타이중, 타이난, 자이 등 첨단 산업 단지가 위치한 도시와 지역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관찰된다.

이러한 현상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원격 근무 수요 증가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G, 자율주행차 등 첨단기술 분야의 성장으로 최첨단 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AI 칩 수요가 지속되는 한 주택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급등은 대만의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반도체 산업 종사자와 비종사자 간의 불만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립대만대학교 경제학과 셰인 수 부교수는 "대만 빈부 격차 확대의 가장 큰 요인은 주택 불평등"이라고 지적하며,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많은 젊은 구매자들이 주택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 직원 쿠오 씨는 "반도체 산업 종사자들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만, 내 미래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타이베이 아파트 구매는 애초에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가오슝 외곽에서 집을 구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대만 언론은 이러한 현상을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이자 대만 최고 수익 기업인 TSMC와 관련하여 'TSMC 효과'라고 부른다.
H&B Housing 리서치 전무이사 Hsu Chia-hsin은 "TSMC가 팹을 건설하면 관련 업스트림 및 다운스트림 칩 공급업체도 유입된다"며, "고소득자들이 지역에 유입되면서 부동산 개발업자와 투자자들은 TSMC를 주택 시장의 밝은 등대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가오슝의 경우 TSMC가 2022년 첫 팹 건설을 시작한 이후 고급 주택 수요가 급증했으며, 2025년 첨단 칩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TSMC는 가오슝에 총 5개의 팹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칩 부문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TSMC를 비롯한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미디어텍 등 대만 주요 칩 제조 기업들이 위치한 신주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신주 바오산 지역의 주택 가격은 4년 동안 120.7%나 급등했다.

칩 엔지니어들은 높은 수익을 올리는 산업 특성상 평균보다 높은 급여를 받으며, 최근 기록적인 수익 덕분에 막대한 보너스까지 받고 있다. 2025년 1~2월 TSMC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2% 증가했으며, 신주 근무자들의 평균 연봉은 대만 전체 평균 연봉의 두 배를 넘어섰다.
하지만 칩 부문 외 다른 분야 근로자들의 임금은 수년째 정체 상태이며, 지난 10년간 실질 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1%에 불과했다.

담캉대학교 국제관계무역 전문가 제임스 첸 조교수는 "첨단 기술 산업 종사자 일부는 높은 임금 인상을 받지만, 대다수 대만인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이 기술 근로자는 상위 10%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대만 가계 부의 격차는 30년간 4배 가까이 확대되었으며, 2021년 상위 20% 가구는 하위 20% 가구보다 66.9배 많은 부를 보유하고 있다.

셰인 수 교수는 "부문 간 임금 격차 증가는 부의 불평등을 야기했다"고 분석하며, "칩 산업은 대만 기술 주도 경제의 최전선에 있으며, 이로 인해 소득 및 부의 격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대만 정부는 젊은 층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기 위해 첫 주택 구매자에게 우대 금리를 제공하고,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쿠오 씨와 같은 사람들은 이러한 지원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팡누(집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는 쿠오 씨의 말처럼, 많은 젊은 대만인들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좌절하고 있다.

신주 미디어텍 재무 관리자 출신 제임스 랴오는 칩 부문 종사자들에게 집을 사는 것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용적인 이유로 직장 근처 좋은 집을 사고 싶어한다"며, "주변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 이야기를 하니 나도 참여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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