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립 요원"...美 압박에 '벼랑 끝' 몰린 中, 무리수 논란 불가피
화웨이·SMIC 등 제재 기업 정조준..."생존과 발전 위해 익명 구매 불가피" 읍소
화웨이·SMIC 등 제재 기업 정조준..."생존과 발전 위해 익명 구매 불가피" 읍소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반도체 수출 통제망을 뚫기 위한 노골적인 시도를 감행하고 나섰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NPC) 류한싱 대표가 미국의 제재를 받는 자국 기업들이 해외 반도체를 '익명'으로 몰래 수입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플랫폼 구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타임스 아시아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류 대표가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린 연례 NPC 회의에 정부 검토를 요청하는 서면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류 대표는 제안서에서 "국가가 주도하여 '화이트리스트' 플랫폼을 만들고, 특정 국내 기업들이 익명으로 수입 채널을 통해 외국 반도체 제품을 구매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류 대표는 익명 구매 플랫폼에 대해 "관련 정보는 정부와 자격을 갖춘 기업만 접근 가능하도록 엄격히 통제하고, 대외적으로는 철저히 기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반도체를 확보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대목으로 풀이된다.
류 대표의 제안은 미국의 수출 통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국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한 긴급 조치로 읽힌다. 그는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지원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그렇지 않으면 이들 기업의 생존과 발전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화웨이, SMIC 등 중국 주요 기술 기업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해왔다. 이 같은 미국의 압박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들은 첨단 칩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류한싱 대표는 "수출 통제는 단기적으로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출 통제망을 우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익명 구매'를 제시하며, 정부가 플랫폼 구축 및 운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플랫폼 운영을 감독하고 거래의 합법성과 규정 준수를 보장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류 대표는 '반도체 자립'을 위한 투자 확대를 촉구했다. 그는 "반도체 설계, 제조, 패키징, 테스트 등 전 분야에 걸쳐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기초 연구 개발 투자 확대만이 반도체 분야에서 자립을 달성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지만, 기술 격차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미국의 수출 통제 강화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 압박을 더욱 가중시키는 형국이다.
류한싱 대표의 '익명 구매 플랫폼' 제안은 미국의 수출 통제를 무력화하고, 벼랑 끝에 몰린 자국 반도체 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익명 구매 플랫폼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물류 및 규제상의 난관은 물론, 미국 등 국제 사회의 거센 반발과 추가 제재를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