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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엔씨소프트, 해답은 결국 '겜심(心) 잡기'

"MMORPG, 글로벌 가능성 여전히 충분"
아이온 2, 올 연말 한국·대만 출시 전망
작년 퍼블리싱작 계약에 600억원 투자
"IP 확보 위한 투자 기조 계속 이어갈 것"
엔씨소프트의 핵심 차기작 '아이온 2' 공식 콘셉트 아트. 사진=엔씨이미지 확대보기
엔씨소프트의 핵심 차기작 '아이온 2' 공식 콘셉트 아트. 사진=엔씨

"게임 마케팅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이용자들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FGT(포커스 그룹 테스트)와 CBT(비공개 베타 테스트)라고 본다. '매출을 이만큼 내겠다'는 선언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보며 게이머, 투자자 등 많은 분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의 향후 행보를 냉정히 평가해주시길 당부드린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 대표가 12일, 지난해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차기작 게임들의 마케팅 방향성 등 향후 행보에 대해 한 말을 종합한 것이다.

엔씨는 지난해 연결 기준 잠정 실적으로 매출 1조5781억원, 영업손실 1092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 기업공개를 통해 국내 투자 시장에 상장한 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4년은 전사적인 효율화 작업으로 큰 손실을 기록하는 등 어느 때보다도 쉽지 않은 해였다"면서도 "향후 지속적인 성장과 체질 개선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향후 남아있는 과제들을 극복하며 턴어라운드를 맞이하는 해가 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엔씨는 그간 '리니지'로 대표되는 MMORPG를 앞세워 승승장구했으나, 2020년도 들어선 모바일 MMORPG 시장 경쟁 강화 등을 이유로 장르 다각화를 시도했다. 그 일환으로 캐주얼 퍼즐 '퍼즈업: 아미토이', 다인 대전 액션 '배틀 크러쉬', 캐릭터 수집형 RPG '호연', 방치형 RPG '저니 오브 모나크' 등을 자체 개발해 선보였으나 시장 성과 면에서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연합뉴스

박병무 엔씨 대표는 "소위 '리니지 라이크' MMORPG가 다수 등장함에 따라 유저들이 식상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MMORPG 장르 자체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능성 자체는 여전히 높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엔씨가 아마존게임즈를 통해 선보인 MMORPG '쓰론 앤 리버티(TL)' 글로벌 버전은 자동 전투와 길드 경쟁 중심의 콘텐츠, 고과금 이용자 위주의 비즈니스 모델(BM) 등 '리니지'의 문법에서 탈피하면서도 스팀 플랫폼에서 동시 접속 40만명의 기록을 세우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병무 대표는 "과거 당사의 '아이온'과 '블레이드 앤 소울(블소)가 MMORPG 시장의 저변을 확 넓힌 것처럼 새로운 MMORPG가 나오면 시장 반응도 달라질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다수의 이용자 상대로 MMORPG를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사 자체가 적은 만큼 '유의미한 MMORPG'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씨의 핵심 차기작은 앞서 언급한 '아이온'의 정식 후속작 '아이온 2'다. 박 대표는 "아이온 2는 한국, 대만 이용자에 맞춰 올해 말 선제 출시할 계획"이라면서도 "글로벌에도 맞는 콘텐츠를 개발한 만큼, TL의 사례에서 얻은 교훈을 살려 크게 변형을 거치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북미·유럽에도 선보이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빅게임스튜디오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 문 로버 게임즈 로고, 버추얼 알케미 '밴드 오브 크루세이더', 미스틸게임즈 '타임 테이커즈' 이미지.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빅게임스튜디오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 문 로버 게임즈 로고, 버추얼 알케미 '밴드 오브 크루세이더', 미스틸게임즈 '타임 테이커즈' 이미지. 사진=각 사

장르 다각화는 자체 개발 체제에서 개발 전문 자회사 분리하는 한편 퍼블리셔로서 파트너사를 발굴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이어간다. 엔씨는 그 일환으로 앞서 언급한 TL 외에도 온라인 전략 게임 '택탄', 슈팅 게임 'LLL' 사업부를 분리했다.

퍼블리싱작으로는 국내 게임사의 서브컬처 게임 '브레이커스: 언 락 더 월드'와 대전 슈팅 게임 '타임 테이커스', 해외 개발사의 협력 슈터 '프로젝트 올더스(가칭)', 전략 RPG '밴드 오브 크루세이더' 등의 판권을 확보했다.

박병무 대표는 "IP 확보 투자 과정에서 약 600억원을 투자했으며 이러한 투자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갈 계획"이라며 "엔씨의 퍼블리셔로서의 역량에 대해 의문을 품은 이들도 있겠지만 엔씨 아메리카 지사장을 새로 선임하는 등 해외 퍼블리싱을 위해선 충분한 준비를 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컨퍼런스 콜 막바지에 박 대표는 "새벽이 밝기 전이 가장 어두운 것 처럼, 2024년은 엔씨가 재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준비를 하는 해였다"며 "투자자, 게이머 모두와 적절한 방식으로 꾸준히 소통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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