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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붉은사막'에서 느끼는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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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원용 기자
게임을 플레이할 때 서사의 매력을 중시하는 편이다. 세계관과 핵심 줄기가 되는 스토리, 게임 속 대사 한마디와 연출 하나하나의 개연성과 핍진성(逼眞性)을 따지고 그것이 게임 내 플레이 경험과 조화될 때의 쾌감은 책이나 영상과는 다른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업계의 핫이슈 '붉은사막'은 좋은 게임은 아니다. 중세 판타지 속 용병단과 평면적 권선징악 서사는 구태의연하다. 게임 속 캐릭터들의 행동과 연출은 핍진성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파편화되고 연결성이 떨어져, 좋고 나쁨을 떠나 완성도 자체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그런 스토리를 핵심 콘텐츠 해금을 위해 강제로 시청하게 되니 몰입감 자체가 무너진다.

하지만 스토리 중심이라는 관점을 벗어나면 다른 평가를 내리게 된다. 광활한 자연을 최고 수준의 퀄리티로, 안정적으로 구현한 오픈월드는 그것만으로 큰 매력을 준다. 등반과 비행, 승마, 수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모험하고 그 과정에서 모은 자원으로 자신을 성장시키는 RPG, 나아가 용병단 전체를 부흥하는 경영 시뮬레이션까지 폭넓게 즐길 수 있다.

붉은사막 월드 내 최남단 '노을골'의 절벽에서 밤중에 은하수를 보는 모습. 사진=붉은사막 인게임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붉은사막 월드 내 최남단 '노을골'의 절벽에서 밤중에 은하수를 보는 모습. 사진=붉은사막 인게임 캡처

펄어비스의 집요할 정도의 디테일 또한 놀랍다. 최근 게임 커뮤니티에선 붉은사막에 MOD(비공식 유저 창작)를 적용, 구름 위로 날아올라 100㎞ 상공까지 올라간 영상이 화제가 됐다. 우주 환경과 수많은 은하의 풍경, 대기권 재진입 시 붉은 플라스마가 발생하는 현상까지 구현된 것에 네티즌들은 혀를 내둘렀다.

본 기자는 스토리의 완성도가 낮은 게임은 플레이하지 않는 편이다. 게임의 한 부분이 현저히 부족하다면 다른 부분 즉 아트나 콘텐츠, 기술적 완성도 등도 부족한 것이 일반적이었고 이는 게임 전반에 대한 실망스러운 경험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붉은사막은 그랬던 본 기자의 관점을 깨트렸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꾸준히 새로운 경험이 주어지고, 이를 위해 고통스럽게 스토리를 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명작이라 부르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독보적인' 게임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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