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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조 달러 채권시장 비상… 미·이란 전쟁에 글로벌 금리 급등

국제유가 급등에 '안전자산' 국채 수익률 20년 만에 최고치
각국 중앙은행 긴축 재개 압박… 시장은 '구조적 고물가' 우려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물 경제를 강타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의 근간인 채권시장이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다.
블룸버그의 22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에너지와 비료 등 핵심 자산의 유통망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차단되면서 전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금융의 안전판으로 불리는 50조 달러(약 7경 5950조 원) 규모의 G7 국채 시장 수익률이 최근 20년 내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고물가 재점화와 채권 금리의 역설


이번 전쟁의 여파는 단순히 에너지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까스로 회복세를 보이던 글로벌 경제가 다시 한번 강력한 공급망 충격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럽 노선 항공기 운항 취소, 미국 내 휘발유 가격 급등, 아시아 농가의 파종 포기 사태 등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고착화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는 시장의 공포를 키우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팬데믹 때와는 차원이 다른 인플레이션 변동성이 시작됐다”는 경계감이 팽배하다.

다리오 퍼킨스 TS 롬바드 관리책임자는 최근 분석을 통해 “끊이지 않는 공급 충격과 경제 구조적 변화가 인플레이션 변동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중앙은행들이 2% 물가 목표를 사실상 포기하고 전방위적인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호주중앙은행(RBA)은 올해 들어 이미 세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사라 헌터 RBA 부총재는 현지시각 20일 열린 행사에서 “물가 상승 기대심리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경우 중앙은행이 이를 통제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며 “인플레이션 쇼크가 짧은 간격을 두고 반복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노믹스'와 중앙은행의 딜레마


글로벌 채권 시장의 또 다른 뇌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행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내정자의 등장으로 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던 사례를 고려할 때, 새 지도부 역시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찰스 굿하트 전 영국은행(BoE) 관리는 “정부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은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며 “결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갈등이 시장 불확실성을 가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세계 각국 정부는 민심 달래기를 위해 유류 보조금 지급 등 재정 지출을 늘리고 있다. 이는 재정 적자를 확대해 국채 발행 물량을 늘리고, 결과적으로 국채 수익률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AI 기술의 발전이 향후 생산성 향상을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을 상쇄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데이터 센터 구축을 위한 칩 수요 급증 등이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국면이다.

반복되는 고물가와 파퓰리즘의 그늘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정치 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킬(Kiel) 연구소의 과거 선거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생활비 급등은 극단주의적이고 파퓰리즘적인 정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촉매제가 된다.

레나 코밀레바 G 플러스 이코노믹스 대표는 “인플레이션이 소비자의 실질 소득을 갉아먹고, 이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과도한 재정 지출이 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금융 시장 상황을 두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긴장이 맞물리면서 경제의 체질 자체가 과거보다 훨씬 취약해졌다"고 진단한다.

당분간 국제 사회가 안정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믿었던 국채조차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의심해야 하는 새로운 투자 환경에 직면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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