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적 기간' 한 문구가 드러낸 전략 공백…억제·주권·동맹 중 뭘 우선할지 미정
오커스는 18개월 교리 검토 후 플랫폼 선택…캐나다는 반대 순서로 진행
오커스는 18개월 교리 검토 후 플랫폼 선택…캐나다는 반대 순서로 진행
이미지 확대보기캐나다가 냉전 이후 최대 규모 잠수함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정작 새 잠수함이 무엇을 위해 싸울 것인지 교리를 먼저 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화오션과 TKMS의 수주전이 주목받고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어떤 잠수함을 살 것인가"가 아니라 "그 잠수함으로 어떤 임무를 수행할 것인가"라는 지적이다.
지정학 전문 매체 지오폴리티컬모니터(Geopolitical Monitor)의 멩 킷 탕(Meng Kit Tang) 분석가는 19일(현지시각)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필수 성능요건에 포함된 한 문구에 주목했다. "빙하 인근, 내부, 필요할 경우 빙하 아래에서 제한적 기간(limited periods) 운용"이 그것이다. 그 마지막 세 단어가 이례적인 전략적 무게를 지닌다는 것이다. "'제한적'이란 무엇의 한계인가? 추진체계 지속성의 한계인가, 북극 통신 제약 때문인가, 오타와와 연락이 끊긴 상황에서 잠수함 함장에게 위임된 권한의 한계인가?" 문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 침묵이 문제의 핵심이다.
교전규칙·빙하 하 지휘권·억제 유형·동맹 경계…미결 4대 교리 질문
탕 분석가는 캐나다 국방문서가 답하지 못하는 네 가지 핵심 교리 질문을 제시했다.
첫째는 교전규칙이다. 캐나다 잠수함이 북극 수역에서 러시아 또는 중국 잠수함을 탐지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단순 추적·보고인가, 존재를 드러내 견제하는 기동인가, 동맹 협의 없이 상대 작전을 방해할 권한이 있는가? 현재 어떤 캐나다 공개 국방문서도 이를 명시하지 않는다.
둘째는 빙하 하 지휘권이다. 북극 빙하 밑 잠수함은 국가 지휘 권한과 지속적 교신이 불가능하다. 초저주파(ELF) 통신이 일부 문제를 줄일 수 있지만 캐나다는 독자 ELF 인프라가 없고 동맹 체계에 크게 의존한다. 어느 상황에서 함장이 오타와 승인 없이 행동할 수 있는가? 사전에 어떤 권한이 위임되는가? 이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권한·법적 책임·국가 지휘 주권의 문제다.
셋째는 억제 메커니즘이다. 캐나다 국방정책은 잠수함대가 억제력에 기여한다고 반복하지만, 수중 억제는 세 가지 완전히 다른 형태를 취할 수 있다. 은밀 감시형은 적이 캐나다 잠수함의 위치를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으로 억제한다. 동맹 통합형은 집단적 접근 거부 능력으로 억제한다. 주권 과시형은 주기적·가시적 활동으로 능력을 정치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억제한다. 세 접근법은 서로 다른 플랫폼 특성, 순찰 패턴, 통신 구조를 요구하며 캐나다는 어느 것을 우선하는지 공개적으로 밝힌 바 없다.
넷째는 동맹 통합과 주권 경계다. 캐나다 잠수함은 미 해군 활동과 분리된 채 북극과 북대서양에서 독자 운용할 수 없다. 실제 작전에서는 고도로 민감한 수중 공간관리(water-space management), 즉 양측 잠수함이 서로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비밀 양자 약정이 필요하다. 빅토리아급 시대의 제한된 북극 전제를 넘어 의미 있는 빙하 하 작전 능력을 가진 새 함대는 워싱턴과 순찰구역·정보공유·지휘관계에 관한 새로운 협상을 요구한다. 이것은 캐나다가 오랫동안 모호하게 남겨두기를 선호해온 질문을 강제로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캐나다는 북극 수중 태세를 얼마나 독자적으로 유지하려 하는가?
오커스 '최적경로' 18개월 선(先) 검토 vs 캐나다의 역순 진행…7000해리도 의미 없다
호주의 오커스 사례는 다른 순서를 보여준다. 오커스는 훨씬 복잡한 핵추진 잠수함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플랫폼 결정 확정 전 18개월간 '최적 경로(Optimal Pathway)' 검토를 진행했다. 임무·동맹 통합·산업 역량·기지 요건·지역 전력 태세를 먼저 검토했다. 교리와 임무 분석이 조달에 선행했다.
캐나다는 반대 순서로 움직였다. 사업은 빠르게 진행 중이고 요구조건은 나왔으며 공급사 후보도 좁혀졌다. 2028년 계약이 다가온다. 그러나 잠수함이 어떤 임무를 우선할지, 어느 수준의 위험을 감수할지에 대한 공개 전략 평가는 없다. 이 공백은 요건 내부에서도 보인다. 7000해리 이상 항속거리 요건이 충분한지는 순찰 주기가 어디서 시작되고 얼마나 오래 잠항하며 어떤 임무를 맡느냐에 달려있다. 교리 없는 요건은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못하고, 그것을 기술 사양에 굳혀버린다.
2028년 계약 서명 전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캐나다는 세부 내용은 비밀로 하더라도 북극 수중 교리 수립 절차가 진행 중임을 공개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미국과 미래 수중 공간관리와 북극 작전 조율을 위한 별도 협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교리 수립 이정표를 조달 일정에 공식 연결해 플랫폼 선정과 전략 목적이 따로 달리는 구조를 없애야 한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교리와 플랫폼을 일치시킬 기회는 급격히 좁아진다. 2028년의 진짜 쟁점은 "한화오션이냐 TKMS냐"만이 아니다. 캐나다가 북극 빙하 밑에서 어떤 나라로 행동할 것인가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