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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發 비료값 50% 폭등… 호르무즈 봉쇄에 전 세계 식량 공급 ‘비상’

천연가스 유래 요소 가격 톤당 726달러 돌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고치
카타르·사우디 수출길 막히며 농업 비용 급증… 서아프리카 등 개도국 식량난 우려
높은 비료 가격은 전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높은 비료 가격은 전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가 전 세계 비료 공급망을 강타하며 글로벌 식량 안보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질소 비료의 핵심 원료인 천연가스와 정제 부산물인 황(Sulphur)의 수송이 중단되면서 비료 가격은 한 달 만에 50% 이상 급등했다.

8일(현지시각) 세계은행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이번 비료 공급 충격은 북반구의 봄철 파종기와 맞물려 향후 전 세계 곡물 수확량 감소와 식료품 가격 폭등을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위협으로 부상했다.

◇ 요소 가격 한 달 새 54% 폭등… “에너지 위기가 식량 위기로”


중동의 에너지 병목 현상은 즉각적으로 비료 시장의 가격 폭등을 불러왔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가장 일반적인 질소 비료인 요소(Urea) 가격은 2월 대비 3월 한 달 동안 54% 급등하며 톤당 72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80% 이상 오른 수치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수준에 근접했다.

요소와 암모니아 생산의 필수 원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60%가량 오르면서 생산 원가를 끌어올렸다. 특히 카타르의 요소 공장이 이란의 보격 공격으로 가동을 멈추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적이 중단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걸프 지역 국가들은 전 세계 요소 수출의 약 35%, 암모니아 수출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공급 중단은 대체 불가능한 타격을 준다.

◇ 인산염 비료 생산도 ‘차질’… 황 공급망 50%가 호르무즈에

질소 비료뿐만 아니라 인산 기반 비료 역시 생산 공정에 필수적인 자재 부족으로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인광석을 비료로 가공하는 데 사용되는 황산은 석유·가스 정제 과정의 부산물인 황에 의존한다. 전 세계 황 무역량의 약 5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되는데, 이 통로가 막히면서 인산염 비료 생산라인까지 멈춰 세우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의 인산염 수출 제한 조치에 중동발 공급 충격이 더해지면서 국제 가격은 2월 대비 5% 추가 상승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FAO는 원유와 달리 비료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전략적 비축 매장량이 없어 공급망 혼란 시 대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 개발도상국 직격탄… “생산 포기하는 농민 늘 것”


비료 가격 상승은 농업 비용 비중이 높은 개발도상국에 훨씬 더 가혹한 영향을 미친다.

북미 옥수수 농가의 경우 비료가 전체 출하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수준이지만,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이 비중이 무려 56%에 달한다. 가격 상승이 곧바로 파종 포기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비료값 폭등은 이미 국제 밀(7% 상승)과 식물성 기름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특히 바이오연료 수요 증가와 겹치면서 대두유 가격은 한 달 새 16% 급등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의 기근을 막기 위해 이란 등 당사국들이 비료 운송을 즉각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 한국 농업에 주는 시사점


농림축산식품부는 봄철 수요분은 확보했으나, 전쟁 장기화 시 가을 파종용 비료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비료 원료 수입선을 모로코, 캐나다 등으로 다변화하고 농가에 대한 비료 구입비 지원 예산을 선제적으로 편성할 필요가 있다.

밀과 식용유 가격 상승은 국내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 인상 압박으로 이어진다. 식품 기업들은 원료 비축 물량을 확대하고, 정부는 할당관세 적용 등 수입 물가 안정화 조치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화학 비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가축 분뇨 기반의 유기질 비료나 완효성 비료(공급 조절형) 기술 개발 및 보급에 박차를 가해 외부 충격에 강한 농업 구조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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