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석유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OPEC은 1960년 출범했다. 그 이전까지 석유가격은 7공주 세븐 시스터즈로 불리는 7개의 석유 메이저 회사들이 사실상 농단해왔다. 이를 세간에서는 세븐 시스터즈 즉 7공주라고 불러왔다.
세븐 시스터즈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이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티탄 아틀라스와 바다의 님프 플레이오네 사이에서 7명의 딸이 태어났다. 이를 플레이아데스라고 불렀다. 밤하늘에 유난히 빛나는 플레이아데스 별 성단(M45)이 이름이 바로 여깃거 유래했다. 그 일곱 자매의 맏언니인 마이아 (Maia)는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낳았다. 둘째인 일렉트라 (Electra)는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트로이의 시조가 된 다르다노스를 낳았다. 셋째인 타이게테 (Taygete) 역시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스파르타의 건국자 라케다이몬을 낳았다.
넷째 알키오네 (Alcyone)은 포세이돈과 사랑을 나누었다. 다섯째 켈라이노 (Celaeno)는 포세이돈과의 사이에서 리코스와 닉테우스를 낳았다.여섯째 스테로페/아스테로페 (Sterope/Asterope)는 전쟁의 신 아레스와의 사이에서 오이노마오스를 낳았다. 막내 메로페 (Merope)는 유일하게 인간인 시시포스와 결혼했다. 이 때문에 부끄러워하여 빛이 희미해졌다는 설화가 있다. 이 점 때문에 잃어버린 플레이아데스'로 불리기도 한다.
세븐 시스터즈를 맨 처음 석유메이저에 비유한 이는 석유회사 에니의 초대 회장인 엔리코 마테이이다. 미국의 존 데이비슨 록펠러 소유 회사가 반독점법으로 인해 분할된 이후 새로 출범한 일곱 개의 석유 대기업들을 일컫는 말이다. 텍사코(미국) 엑손(미국) BP plc(영국) 쉘 plc(영국 및 네덜란드) 소칼(미국) 소코니(미국) 그리고 걸프(미국)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후 여러번의 인수합병을 거쳐서 엑손모빌(미국) 셰브론(미국) 코노코필립스(미국) BP plc(영국) 쉘 plc(영국) 토탈에너지스(프랑스) 그리고 에니(이탈리아)로 거듭났다. 세븐시스터즈는 마치 국가들이 영토를 나누듯 석유를 두고 서로 협정을 맺어왔다. 세계 원유의 공시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할 정도로 오랫동안 무시무시한 힘을 행사해 왔다.
막강했던 세븐 시스터즈 7공주를 무너뜨린건 것이 바로 OPEC이다. 1959년과 1960년에 세븐 시스터즈가 산유국과 상의 없이 원유 공시가격(Posted Price)을 일방적으로 대폭 인하한 적이 있다. 그러자 산유국들이 OPEC이라는 석유수출국 기구를 만들어 공동으로 타도 세븐시스터즈에 나섰다. OPEC 창설은 사우디의 초대 석유장관 압둘라 타리키와 베네수엘라 석유장관 페레스 알폰소가 주도햇다. 석유 메이저의 횡포에 맞서 제값을 받는 게 OPEC을 만든 목적이었다. 초창기 OPEC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OPEC를 슈파파워로 만든 인물은 사우디 2대 석유장관인 아흐메드 자키 야마니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이 터졌을 때 OPEC의 감산과 미국 등 서방 국가에 대한 금수조치를 진두지휘하며 세계를 ‘오일쇼크’로 몰아넣었다. 야마니가 주도한 OPEC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에 전 세계는 패닉에 빠졌다. 1972년 배럴당 2.5달러이던 국제 유가는 74년에 무려11.6달러까지 치솟았다. OPEC이 세계 석유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때 석유 전쟁을 주도한 총사령관 야마니는 ‘석유 황제’라는 칭호를 얻었다. 세븐 시스터즈는 OPEC의 급습에 속수무책이었다. 산유국의 입김은 세졌고 원유 값이 오르며 나라 곳간은 두둑해졌다. ‘OPEC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OPEC은 이후 국제 유가의 방향을 조절하는 명실상부한 ‘시장 지배자’가 됐다.
그 OPEC의 압도적인 힘도 최근 들어 떨어지는 모습이다. 55년간 공고했던 ‘석유 카르텔’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셰일가스(오일) 등의 생산이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우디는 셰일업계를 고사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지 않은 것이다.그럼에도 미국의 셰일가스는 더 번창해 나갔다. 셰일가스로 OPEC의 독점력과 영향력을 크게 줄어들었다. 이란전쟁으로 요즘 국제유가가 무섭게 뛰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 소속 8개국이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만 6000배럴 늘리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그리고 카자흐스탄·알제리·오만 등이 증산에 나섰다. 통상 증산결정을 발표하면 국제유가는 떨어진다. 그러나 이번 OPEC국가들의 증산 결정은 국제유가를 잡는데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가 석유시설을 날마다 폭격하는 바람에 생산량을 대폭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OPEC+가 시장 안정을 위해 하루 20만 6,000배럴의 증산에 합의했음에도 시장이 냉담한 이유는 자명하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30%가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유전에서 원유를 더 뽑아낸들, 유조선이 빠져나갈 '단 하나의 통로'가 막히면 증산은 산유국의 서류상 숫자에 불과하다. 이란 영해를 통과해야 하는 지형적 특성상,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증산 물량은 커녕 기존 공급량조차 시장에 도달하지 못하는 '공급 절벽'이 발생할수 밖에 없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앞에 OPEC의 증산도 속수무책이다. 호르무즈 봉쇄가 OPEC 증산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란전쟁으로 OPEC 시대도 막을 내리는 것일까?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