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롤러코스터가 된 지수, 공포가 지배한 20거래일
3월 초입부터 시장은 '발작'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3월 3일 -7.24% 급락에 이어 이튿날인 4일에는 -12.06%라는 기록에 남을 폭락장이 연출됐다. 하루 만에 지수의 10% 이상이 증발하는 초유의 사태 앞에 투자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비록 5일(+9.63%)과 10일(+5.35%) 등 기록적인 반등이 뒤따랐으나, 이는 기초체력의 회복이 아닌 과매도에 따른 기계적 반등, 이른바 '데드 캣 바운스'에 불과했다.
실제로 3월 중순 이후 지수는 다시 고점을 낮추며 계단식 하락을 이어갔다. 3월 23일 -6.49%, 26일 -3.22%, 그리고 월말인 30일 다시 -2.97% 하락하며 5200선까지 밀려났다. 3월 한 달간 우리 증시는 방향성을 상실한 채 대외 지정학적 뉴스 한 줄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천수답 증시'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유가와 환율의 협공 그리고 외국인의 '엑소더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을 넘어 1510원대에 안착하며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환율 급등은 국내 증시의 큰손인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환차손'이라는 공포를 심어주었고, 이는 곧 기계적인 투매로 이어졌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서만 32조 원을 순매도했으며, 특히 3월 넷째 주 한 주 동안에만 13조5938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한국 시장을 탈출(Exodus)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증시의 대장주인 반도체 종목들은 외국인의 현금화 창구로 전락하며 힘없이 무너졌다.
중동의 불길과 메모리의 비명
설상가상으로 대외 악재는 겹겹이 쌓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대면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예멘 후티 반군까지 참전을 공식화하며 홍해의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마저 차단될 위기에 처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기는커녕 확산 일로에 놓인 셈이다.
여기에 국내 증시의 기둥인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도 한몫했다. '터보퀀트' 발표 이후 불거진 메모리 투매 현상은 시장의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비록 낙폭 과대에 따른 해명이 나오고는 있지만, 중동 리스크와 맞물린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은 시장 분위기를 더욱 험악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경계해야 할 것은 '근거 없는 낙관'이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하락이 펀더멘털의 훼손보다는 심리적 공포가 과도하게 반영된 구간이라며 낙폭 과대에 따른 매수 기회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경기만 무너지지 않는다면 인공지능(AI)과 반도체가 다시 복원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증시가 보여준 3월의 변동성은 단순히 심리적 요인으로만 치부하기엔 너무나 깊고 날카로웠다. 대외 변수에 국가 전체의 금융시스템이 요동치고,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구조적 취약성이 해결되지 않는 한 KOSPI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낙관론에 기대어 '물타기'를 할 때가 아니다.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 고유가·고환율이 고착되는 '뉴 노멀'에 대비한 위험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3월의 잔인한 기록은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언젠가 오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보다 환율과 유가라는 거대 지표가 진정되는지 확인하는 보수적인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장기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yjangm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