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우회국 아닌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베트남이 새로운 기로에 서게 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이 베트남에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21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나티시스의 찐 응우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베트남이 중국 수출품의 우회 경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인식은 잘못됐다"며 "베트남은 독자적인 제조기반을 구축한 진정한 무역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중국에서 베트남을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우회 무역은 전체의 16%에 불과하다. 특히 동일 기업 내 거래를 분석한 결과 실제 경로 재조정 비율은 1.8%에 그쳤다.
오히려 베트남은 통신기기와 전자제품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했다. 베트남의 대미 통신장비 수출 점유율은 2017년 4%에서 2023년 15%로 증가했다. 이는 수십 년간 지속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결실이라는 평가다.
베트남의 글로벌 공급망 통합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중국, 북아시아, EU, 아세안, 미국 등 전 세계를 아우르는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특히 한국, 싱가포르, 일본, 홍콩, 대만 등으로부터 제조업 분야 FDI 유치가 두드러진다.
다만 베트남 경제의 높은 대미 의존도는 위험 요인이다. GDP의 23%를 차지하는 대미 수출은 트럼프의 전방위 관세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중국의 경우 수출액은 크지만, GDP 대비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베트남을 제재 대상이 아닌 협력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응우옌 이코노미스트는 "베트남은 미국의 공급망 다변화와 인플레이션 위험 완화에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베트남의 ICT, 섬유, 신발 등 주력 산업은 이미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단순한 중국 우회가 아닌 베트남의 자체적인 산업 발전 노력의 결과라는 평가다.
향후 트럼프의 무역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 속에서 베트남이 균형 잡힌 접근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