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2025년 지속가능발전 5대 지지대의 건전성
② 광복 80주년에 BTS를 다시 본다
③ 대한민국의 핵무장론
④ 트럼프 집권과 한미관계
⑤ AI 슈퍼사이클의 시작점과 AI CEO
⑥ 기술과 시장의 주도권 싸움이 결정하게 될 반도체 산업
⑦ 정밀 의학시대와 AI 헬스케어
⑧ 금리인하와 공급부족에 따른 집값 향방
⑨ 1000만 관객 영화와 K-Movie
⑩ 세계 정치·경제 판을 뒤흔드는 글로벌 사우스
광복 80주년을 맞는 2025년은 대한민국호가 새로운 시험대에 서는 해가 된다. 경제 안보의 거대한 쓰나미, 북한과 러시아, 중국 등 가중되는 지정학 위협과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 천문학적 부채, 수많은 한계 기업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금융권 불안정과 건설업계의 극심한 불황, 국가 리더십의 불안정 등으로 엄중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이러한 다중 위기 상황을 총체적으로 진단하고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처방은 중장기까지 포괄하며 통합적인 지속가능한 발전 체계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 지속가능발전 5대 지지대’로 2025년 대한민국의 건전성을 전망할 때, ‘문화 포용력’과 ‘과학 혁신력’은 상(上)급, ‘경제 활력’, ‘환경 회복력’은 중(中)급, 그리고 ‘사회 균형력’은 하(下)급으로 판단된다. 과학 혁신력을 선봉장으로 하고, 맏형 격이라 할 수 있는 문화 포용력이 중심에서 건재하고 있어, 대한민국은 '역경 속 선방'할 가능성이 높다.
2025년 성패의 열쇠는 과학 혁신력이며, 사회 균형력을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첫째, ‘중국 기술 자립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주요국과 기술 동맹으로 과학 혁신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 ICT기업 화웨이가 올해 세계 최초로 두 번 접는 트리폴드폰 ‘메이트 XT’를 출시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신형 전기차인 시걸이 미화 1만 달러 가격의 가성비로 대박을 내고 있다. ‘전기차 제왕’인 미국 테슬라 전기차의 아성도 흔들리고 있다. 이들 제품은 중국 기술 자립의 상징으로, 제품 설계와 생산 등 대부분 공정이 중국 독자 기술로 만들어졌다. 앞으로 한국 기업과의 기술을 협력하는 ‘커플링’의 여지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한국 제품과 중국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무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2025년에는 주요국의 대중 관계인 ‘커플링(Coupling)’, ‘디리스킹(Derisking)’, ‘디커플링(Decoupling)’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미국 대통령 당선자인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 관세 부과를 주요 정책으로 공표했다. 유럽연합(EU)의 대중국 전기차 관세 45.3%는 아직 ‘디리스킹’ 단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중국 자동차로 유럽 자동차 산업이 더 무너질 때 어떻게 할까? 우리는 이러한 대중국 ‘디커플링’ 추세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동안 중국 국내총산(GDP)이 증가하면 한국 GDP도 증가한다는 ‘커플링’이 한중 관계의 공식이었다. 한국과 중국이 세계 시장을 놓고 밀고 밀리는 생존 경쟁을 한다면, 이것도 ‘커플링’일까? 한중 교역은 ‘커플링’에서 ‘디리스킹’, ‘디커플링’으로 전환 중이다.
올해 9월에 현대차가 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미래차 동맹을 맺었다. 한국과 미국 자동차 1위 기업의 전략적 동맹은 의미가 매우 크다. 2025년에는 과학 기술 혁신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미국 등 주요국과 상생의 기술 동맹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둘째, 내수 결핍과 수출 불확실성 증가, 그리고 초저성장 기조에 따라 이제는 과감한 선별적 구조 조정을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 2025년 경제성장률은 2% 안팎으로 전망한다. 잘해야 2%를 초과할 것이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2024년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일부 부문에서는 올해보다 더 나빠질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가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는 한국의 2024년~2028년 GDP 성장률을 2.1~2.3%로 전망했다.
2025년에는 한계 기업 등을 골라내 과감히 구조 조정을 하고, 경제 안보 시대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과연 무엇인지 모색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관민 원팀(One Team)'에 맞서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경력 강화를 위해 민관이 어떻게 힘을 합해야 하는지, 기술 패권 시대에 국가가 첨단기술을 어떻게 지켜줘야 하는지 등 국가 역할의 재정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셋째, 흔들리는 사회적 균형추의 근원 처방으로 반값 공공분양주택 100만호 뉴딜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사회에는 주택 가격 양극화와 영끌 세대, 합계출산율 세계 최하위, 노인 자살률 세계 1위, 연금 지속가능성 위기, 극단적 팬덤 등 사회적 난제들이 겹겹이 누적돼 있다. 이런 난제들의 밑바닥은 주택 문제가 차지하고 있다. 지방과 서울, 서울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주택 가격 격차는 최악이다. 치솟은 집값으로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자산의 심각한 불균형 탓에 사회적 갈등이 유발되고, 사회 통합이 저해되고 있다.
MZ세대는 영끌에서 허덕이거나, 높은 집값 때문에 평생 임차인으로 살아가야 할 판인데 과중한 연금부담까지 지고 있다. 영끌은 현재도 그렇지만 중장기로도 더 큰 난제인 블랙홀이다. 부담가능한(affordable) 한계라고 할 수 있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시중 금리 4%, 상환기간 30년, LTV(주택담보대출비율) 50%를 휠씬 초과하는 주택담보대출에 묶여 있다.
'출산율과 집값은 반비례한다'고 한다. 올해 윤석열 정부는 합계출산율 0.72명을 반등시키고자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등 특단 대책을 내놓았다. 그동안 역대 정부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문학적 재정 투자를 했으나 결과는 한결같이 실패였다. 반값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하면 MZ세대들은 결혼도 할 것이고 합계출산율도 2배로 뛰지 않겠는가!
반값 공공분양주택 100만호 건설 뉴딜을 추진할 시점이다. 40%는 공공임대주택 재고 약 180만 호 중에서 노후 주택을 400% 용적률로 재건축해 공급하고, 나머지 60%는 그린벨트 등 신규 택지의 개발, 정비사업시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 제공에 따른 공공분양주택 기부체납 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의지가 있으면 가능하다.
넷째, 탄소중립 최하위국가에서 원전을 앞세워 선도적 청정에너지 수출국가로 우뚝 서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산업을 적극 되살렸다. 만일, 문재인 정부 다음 정부가 문 정부의 '탈원전'을 고수했다면, 아마도 한국에서 원전 산업 생태계는 완전히 고사됐을 것이다. 올해 7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강국인 프랑스를 제치고, 체코 원전 건설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이는 청정에너지 수출국가의 가능성을 확인한 의미 있는 성과로, 민관 합력의 값진 결실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원전 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국제 기준에 맞는 핵폐기물 등 처리 기술을 갖춘 '새 원전 시대'를 열어야 한다.
다섯째, K-팬덤을 주도하는 MZ세대를 주변이 아닌 중심에 놓고 주시해야 한다. 지난해 1년 동안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1202만 명) 중 여성 비중이 60%로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MZ세대라고 불릴 수 있는 20대와 30대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젊은 관광객들이 주류라는 사실은 미래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다. MZ세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디지털 네이티브'다. 특히 Z세대는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쉽게 한류 콘텐츠를 접하고, 전 세계에서 견고하게 K-팬덤을 형성했다.
한때 '3포세대'로 별칭된 MZ세대가 사회의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는 차세대인 MZ세대가 그리는 대로 가게 돼 있다. 이들을 변방이 아니라 중심에 놓고 세상을 보는 게 현명할 것이다. 디지털 변혁에 따라서 공간 소요의 축소가 가속해서 진행되는데, 더 지속가능한 곳은 어디일까? MZ세대들이 붐비는 곳이 앞으로도 매력이 있고 활력이 있을 것이다.
함석헌 선생께서는 우리나라 근대사를 '세계사의 하수구'라고 했다. 우리는 '세계사의 하수구에서 핀 연꽃'과 같이 광복 80년 동안 세계 현대사에 빛나는 기적을 일군 저력이 있다. 광복 80주년인 2025년은 새로운 기적 역사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이영한 등 27인(2024.10.), ‘2025 대한민국 대전망’, 케이북스의 내용을 근거로 작성됨>
이영한(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 지속가능과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