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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계정 특별초대전', 마에스트로 현대공예가 곽계정 오마주

붉은 산과 개구리, 유화, 50호이미지 확대보기
붉은 산과 개구리, 유화, 50호
일제강점기의 막바지/ 달구벌을 빛낼 한 아이가 태어났다/ 오방색으로 번지던 가야금 연주에 미소 짓던 아이/ 격조의 장롱이 지켜보고 있다/ 부친은 풍류를 사랑한 선비/ 모친은 전통춤을 사랑한 예인/ 아이는 커서 서울로 유학했다/ 서양화에 공예를 전공한 엘리트/ 민속 바탕의 미술 풍경은 상상력을 하늘 연처럼 부풀렸고/ 현대적 미감의 예작은 미국과 일본을 크게 매료시켰다/ 담쟁이 촘촘한 청라언덕 그리움으로/ 그녀의 작품에 존중의 서를 띄운다
7월 22일(화)부터 8월 5일(화)까지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오미갤러리에서 회화·소품 중심의 ‘오리와 개구리’의 작가 K-디자이너 곽계정(郭桂晶, KWAK KAEJUNG, 1940.02.24.(음)~)의 특별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곽계정을 특정시키는 작품들은 민담을 내러티브로 깔고 서양화와 차별화되는 오방색 위주의 미장센이 현대성을 소지한다. 곽계정은 한국 전통 예술의 국제화 가능성을 일찍 간파하고 회화, 공예, 염색, 동판화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독창성을 발휘하였다.

곽계정은 으뜸 공예가로서 나무, 동판, 유리, 왕골, 종이, 세라믹, 화문석 등 다양한 오브제를 동원한다. 작가는 이러한 소재들을 동판화, 콜라주, 핸드 페인팅. 조각, 회화 등의 기법을 사용하여 감각적 공예품으로 창작했다. 작가는 호랑이나 토끼처럼 민담 소재의 토속적 동물들을 우화적 방식으로 변용하여 창의적 디자인으로 진일보시켰다. 곽계정은 ‘오리와 개구리’의 작가로 유명하며, 그녀의 작품에 투영된 전통적 상징과 이미지는 한국적이면서 지극히 고전적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3개의 방에 배치되었다. 곽계정畵 중심의 전시작은 어린아이의 순수 영혼, 고고한 여성성을 닮아있다. 아울러 민화의 교훈적 의미 각성, 작가만의 세월의 깊이와 무게감을 소지하며 몽환적 예술세계를 펼친다. 시간을 다듬으며 한국의 산을 배경으로 담배피는 호랑이, 달항아리에서 방아 찢는 산토끼, 풀잎의 메뚜기, 한국 고유의 문틀 격자무늬 등에 이르는 작가의 디자인은 동화적이며 자연의 꿈과 과거의 추억을 현대미술이라는 대평원에 펼친다.
산과 오리와 항아리, 80x72cm, 콜라주(나무 동벽화, 백통, 1983)이미지 확대보기
산과 오리와 항아리, 80x72cm, 콜라주(나무 동벽화, 백통, 1983)
연날리는 토끼, 판화, oil on canvas이미지 확대보기
연날리는 토끼, 판화, oil on canvas
디자인, 크리스마스 씰(세계대회 1위 작품)이미지 확대보기
디자인, 크리스마스 씰(세계대회 1위 작품)
공예품(왕골공예, 목공예)이미지 확대보기
공예품(왕골공예, 목공예)
담배피는 호랑이1, 판화이미지 확대보기
담배피는 호랑이1, 판화
오리가족 나들이(공판), 1971년 우수공예품 전시회 대통령상 수상 작품이미지 확대보기
오리가족 나들이(공판), 1971년 우수공예품 전시회 대통령상 수상 작품
달 바라보는 오리 한 쌍, 판화이미지 확대보기
달 바라보는 오리 한 쌍, 판화
담배피는 호랑이2, 판화이미지 확대보기
담배피는 호랑이2, 판화
신랑 신부, 판화이미지 확대보기
신랑 신부, 판화

작가의 스케치북에는 늘 개구리와 오리가 등장한다. 개구리는 뭍과 물을 오가는 존재이고, 오리는 물 위에 떠 있으나 끊임없이 발을 자맥질해야 한다. 작가의 삶은 개구리를 닮아있다. 겉으론 평온하지만, 심중에는 늘 감정이 출렁였고 보통 사람처럼 바쁘게 움직이면서 아무 말 없이 일했다. 드로잉 시리즈의 ‘개구리와 오리’는 유년의 기억을 움직임으로 표현한 상징이다. 곽계정 작가의 작품들은 조용하게 살아오면서 흑단처럼 단단했던 깎여 나간 시간을 담보한다.

곽계정의 작업은 일탈의 상상력과 일상의 도도한 흐름을 오간다. 그녀는 부친 곽명원(郭明源)이 운영하는 대구 중심가 나전칠기공예사(공신만물사)의 2녀 4남의 장녀로서 ‘개구리와 오리’처럼 차분히 역할을 수행한다. 작가의 작품에는 그러한 곽계정의 심성이 묻어난다. 그녀의 모친 이소용(李小龍)은 기예학교(현 예술중고교) 출신으로 작가에 버금가는 수공예 예술가였다. 곽계정 작가에게 어머니는 현모양처로서 매일 같이 생활하는 살아있는 교과서이자 선생님이었다.

곽계정은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면서 김환기의 서정성을 존중하면서, 석사과정에서 한국 최초의 판화공예가 유강열의 지도 아래서 조선조 가구의 금속 장식 연구에 몰두했다. 그녀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서양화, 고가구, 판화라는 다양한 예술 영역을 두루 섭렵하였다. 결국 달항아리의 김환기, 국립박물관의 최순우, 공예 실험정신의 유강열에 걸친 삼위일체는 이태리 3 테너가 완성시킨 성악계처럼 곽계정 예술의 정체성을 빚어낸 거룩한 존재가 되었다.

작가는 왕골공예와 실크 스크린 이용의 판화 기법으로 일상에 한국적 디자인을 최초로 접목했다. 공예적 접근이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확장되고 의미 있는 해외 전시 활동이 이어졌다. 전시회 한 모퉁이에 드로잉, 노트, 작은 메모와 그림들이 작가의 생각이 깎인 흔적이자 몸으로 흐린 시간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녀의 조형 세계는 넓고 다채롭고 심오하다. 곽계정은 이른 나이에 미국, 일본.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인도. 소련,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곽계정은 1970년에 일상의 공예를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현대감각에 접목한 한국적 ‘공예디자인’ 개념으로 감각을 국제적으로 확장한 작가이다. 이번 전시는 청춘의 열정을 바친 회화작품을 중심으로 그녀가 추구했던 독창적인 디자인 세계를 탐구한다. 그녀의 삶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조형이다. 예술에 대한 창작열이 고조되었던 신명여고 시절, 평범한 수채화나 회화 작업을 하는 가운데에서도 물감 외에 액세서리나 도구를 이용한 작품 구상을 즐겼던 일화가 있다.

​그녀의 디자인 감각의 우수성은 해마다 열리는 크리스마스 씰 세계 우표 디자인 대회에서 한국전래동화(흥부와 놀부, 금도끼와 은도끼 등)를 소재로 한 우표디자인이 세계 제1의 영예를 차지한 사례에서 드러난다. 특히 ​'오리와 개구리' 주제의 공예디자인은 한국 대표 이미지를 승화시켜 격조 높은 세계 속의 생활공예로 발전시켰다. 그녀의 열정은 그녀를 세계 속에 한류 대표 'K-디자이너'로 우뚝 서게 한다. 그녀의 헌신은 '곽계정 창작기념연구관'으로 드러날 것이다.

여성 공예가 곽계정 존중의 '곽계정 특별초대전'은 작가의 청년시대 회화작품을 중심으로 그녀의 독창적인 디자인 세계를 탐구하고자 하며 많은 관람객에게 한국 전통 공예의 미학을 선보인다. 작가의 열정적이고, 뛰어난 작품은 특별한 의미와 예술적 감각, 시대적 정서를 앞서간다. ​작품의 재료와 분야도 시대를 앞서갔으며 회화적 표현 기법은 놀라웠고 왕골제품의 오리와 개구리 닭으로 표현된 작품의 소재는 소박한 한국의 생활상을 떠올렸다.

닭시리즈Ⅲ, 은인, 칼라판화, 100호이미지 확대보기
닭시리즈Ⅲ, 은인, 칼라판화, 100호
창문이 있는 삶, 116.8x91.0cm, oil on canvas이미지 확대보기
창문이 있는 삶, 116.8x91.0cm, oil on canvas
꽃이 있는 항아리, 전각(판화)이미지 확대보기
꽃이 있는 항아리, 전각(판화)
오리가족 나들이, 53.0x45.5cm, 동판이미지 확대보기
오리가족 나들이, 53.0x45.5cm, 동판
닭시리즈Ⅳ, 흑백판화이미지 확대보기
닭시리즈Ⅳ, 흑백판화
항아리와 여인, 판화, 2호이미지 확대보기
항아리와 여인, 판화, 2호
항아리와 여인 나들이, 판화 100호이미지 확대보기
항아리와 여인 나들이, 판화 100호
오리한쌍, 유화, 2호이미지 확대보기
오리한쌍, 유화, 2호
실용성과 장식성을 오가며 심도 있는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 조형 언어로 풀어낸 작가, 곽계정은 두드러진 해외 전시로 한국 공예계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지닌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그녀는 추상회화로 표현된 화려한 닭 그림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는 등의 동화적 상상과 민속적 상징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었으며. 장르 해체의 예술 실험, 전통 공예를 재구성하여 한국 고유의 상징을 현대 디자인에 녹여내며, 세계 소통의 예술 언어로 탈바꿈시켰다.

곽계정은 1963년 홍익대 미술학부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공예과를 졸업했다. 그녀의 개인전은 새 밀레니엄이 올 때까지 2000년 곽계정展(동경 77갤러리), 1991년 초대개인전(모스크바), 1986년 판화 초대개인전(동경 긴자77갤러리), 1985년 판화개인전(나화랑), 1985년 창작공예개인전(63빌딩), 1984년 초대개인전(교토 야마소미술관), 1984년 초대개인전(동경 우에노미술관), 1983년 창작공예개인전(‘오리와 개구리’展), 1982년 초대개인전(뉴욕 ST. John’s 대학), 1982년 창작공예개인전(현대화랑), 1982년 개인전(동경 삼월화),1980년 초대개인전(타이티국립미술관), 1980년 초대개인전(웰링톤문화센터), 1980년 초대개인전(웨스턴사보아 넬슨기념도서관), 1980년 초대개인전(쿡아일랜드 라이브러리박물관), 1978년 초대개인전(아리조나화랑), 1978년 초대개인전(셸던기념화랑), 1978년 초대개인전(미네소타 골드스타인갤러리), 1977년 초대전(워싱톤 렌윅갤러리), 1976년 초대개인전(로스엔젤레스 공예민속예술박물관), 1971년 제2회 창작공예개인전(신세계화랑), 1970년 제1회 창작공예전(신세계화랑)에 이르는 찬란한 이정표를 기록했다.

곽계정의 예술은 개인의 예술사적 성취를 넘어선다. 그것은 한국 공예의 국제화를 증명하는 역사적 이정표, 예술과 실용, 장식과 철학,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상징적 도약이다. 오리와 개구리, 달항아리 등의 상징적 형상들 속에 담긴 동심과 민속, 서정과 세련은 한국 예술이 세계를 감동시킬 수 있는 자산임을 증명한다. 그녀가 재창조한 한국 공예의 총합은 과거 장인의 손기술 수준이 아니다. 공예는 회화, 회화는 조형, 조형은 곧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곽계정, 그녀는 단지 공예가가 아니라, 공예를 통해 세계를 사유하고, 한국을 재발명한 예술가이다. 대한민국 공예공모전 대상수상(1970), 우수공예품전회 대통령상 수상(1971년), 상공미전 추천작가(1972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1976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1985년)을 거친 거장이다. 그녀의 상상력이 만개한 ‘오리와 개구리’는 조용히 한국적 디자인의 미래를 예고한다. 장생포에서 불어온 바람이 인사동을 찾아온다. 전시회가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홍익대 서양학과 13회 시절의 곽계정(1960년대 초반)이미지 확대보기
홍익대 서양학과 13회 시절의 곽계정(1960년대 초반)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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