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에너지 안보를 위한 실리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딥 싱 푸리 인도 석유·천연가스 부 장관은 최근 미국 휴스턴에서 닛케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에너지 분야에서 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국가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푸리 장관은 "에너지 프로젝트 투자는 이념이나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며, 가격이 유일한 기준"이라며 "더 먼 거리에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LNG를 공급할 수 있다면 기꺼이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는 세계 4위의 LNG 순 수입국으로,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맞추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러시아산 에너지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푸리 장관은 인도 정부가 2030년까지 에너지 믹스에서 천연가스 비중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5%로 확대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6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러시아 사할린-2 LNG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인도 국영 석유·천연가스 회사가 러시아 사할린-1 유전에 투자한 사실을 언급하며 "에너지 자산에 대한 전 세계 투자에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와 러시아는 서로의 에너지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원유의 약 90%, 천연가스의 약 절반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푸리 장관은 "인도의 에너지 수요는 세계 평균의 3배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가스 기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전 세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현재 인도의 LNG 수입 대부분은 미국과 카타르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러시아산 LNG 수입 비중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LNG 가격이 하락할 경우, 인도는 이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푸리 장관은 일본, 미국, 호주, 인도의 쿼드(Quad) 파트너십에 대해 "정치적 의미뿐 아니라 경제적 의미도 크다"며 에너지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쿼드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인도의 이러한 행보를 '에너지 실용주의'로 평가하며, 자국의 경제 성장과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시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을 지속하는 것은 인도의 에너지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인도는 앞으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다변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러시아를 비롯한 에너지 생산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쿼드 국가들과의 에너지 협력도 적극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가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내 에너지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인도는 세계 4위의 LNG 수입국으로,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러시아산 LNG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는 한국의 LNG 수출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은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이자 주요 수출국이다. 인도가 러시아산 LNG 수입을 확대할 경우, 국제 LNG 시장에서 한국과 인도 간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러시아산 LNG는 서방의 제재로 인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며 "인도가 이를 적극 활용할 경우 한국 LNG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와 기업이 인도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LNG 수출 경쟁력 강화 및 시장 다변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LNG 생산 비용 절감 및 효율성 향상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며,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국가로 LNG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또한, LNG 액화, 운송, 저장 기술 등 관련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여 고부가가치 LNG 수출을 확대하는 한편, 에너지 수입국 및 수출국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에너지 안보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정부는 LNG 수출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세제 혜택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들은 기술 혁신, 시장 개척 등 자구 노력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