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가 전반적인 내림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들로 이뤄진 OPEC플러스(OPEC+)가 12월 원유 증산 계획을 철회하고, 기존 감산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회원국은 증산 유보 결정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 시각) OPEC+ 리더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대통령 선거 직전에 원유 시장 교란 가능성을 우려해 증산 유보 결정을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OPEC+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8개 주요 산유국이 하루 220만 배럴(bpd) 규모의 감산 조치를 12월 말까지 1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OPEC+는 지난 6월 회의에서 점진적인 감산 해제 계획을 발표하며 12월부터 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NYT는 “OPEC+의 이번 원유 증산 계획 유보 결정은 예상됐던 일”이라며 “미국 대선이 초박빙 양상을 보임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질 위험이 있어 일단 기존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OPEC+는 특히 국제 유가가 최근 내림세를 보여 증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이 신문이 짚었다.
국제 유가는 지난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공급망 불안이 확산하면서 국제 기준 유인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었다가 다시 지난 1일 73달러로 내려갔다. 중국의 원유 수요 감소 등이 국제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현재 주요 산유국이 포진하고 있는 중동 정세 불안을 고려할 때 배럴당 80달러도 낮은 가격에 속한다고 NYT가 지적했다.
OPEC+는 이날 "원유 생산 목표량에 대한 완전한 준수를 달성하려는 집단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 회원국들이 합의를 지키지 않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최악의 약속 파기 국가로는 이라크와 카자흐스탄이 꼽힌다. 우크라이나와 전쟁하고 있는 러시아도 겉으로는 감산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증산했다.
OPEC+는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을 지속해서 늘리자, 유가 상승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증산을 고려해 왔다. 올 3분기 미국 석유사 엑손모빌의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4% 증가했다. 미국 셰브론도 지난 1년 사이에 3분기 공급량을 7% 늘렸다. OPEC+는 공급을 늘려 시장 점유율 유지에 나서려다가 이번에 일단 유보 결정을 내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캐나다 등 OPEC+ 비회원 산유국의 원유 시장 비중은 2017년 41%에서 지난해 49%까지 증가했다. OPEC+의 비중은 약 40%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