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30년간 이어온 대선 후보 지지 표명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언론의 공적 책무와 상업적 이해관계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액시오스가 최근 보도했다.
신문사 소유주인 제프 베이조스는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에 워싱턴포스트 직원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구독자들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NPR 보도에 따르면 28일 정오까지 20만 명 이상의 구독자가 해지를 신청했으며, 이는 전체 구독자의 8%에 해당하는 규모다.
베이조스의 결정 배경을 둘러싼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전직 편집장 마커스 브라우칠리는 NPR과의 인터뷰에서 "결정 이유가 불투명하다"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특히 베이조스 소유의 우주항공사 블루오리진 경영진이 결정 발표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면담한 사실이 더힐 등 주요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기업 이익을 위한 정치적 거래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베이조스는 28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언론은 정확성과 함께 신뢰받을 자격이 있어야 한다"며 결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마티 바론 전 편집장은 "선거를 눈앞에 둔 결정은 고상한 원칙이 아닌 다른 의도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결정이 베이조스 사업 제국에 미치는 영향은 엇갈릴 전망이다. 구독 취소로 인한 워싱턴포스트의 직접 손실은 연간 3400만 달러로 추산된다. 언론 전문가들은 이 직접적 피해 외에도 신문사의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 하락이라는 무형의 손실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블루오리진은 수혜가 예상된다. 블루오리진은 NASA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워싱턴포스트의 비판 보도로 아마존이 펜타곤과의 100억 달러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을 잃은 전례가 있다"며 "이번 결정이 정부 발주 사업 수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언론의 정치적 중립 선언은 확산되는 추세다. LA타임스 소유주 패트릭 순시옹도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철회했으며, 이에 항의해 오피니언 에디터가 사임하는 등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언론 분야 전문가들은 “극단적 정치 양극화 시대에 언론의 중립 선언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유권자의 알권리와 언론의 감시 기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대 언론은 공적 책무와 시장 논리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갤럽의 최근 조사에서 언론은 가장 신뢰도가 낮은 직종으로 평가됐으며, 소셜미디어와 팟캐스트의 부상으로 전통 미디어의 영향력도 약화되는 추세다. 이번 사태는 저널리즘의 근본 가치와 생존전략 사이의 새로운 해법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