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538의 최신 여론조사 분석 결과는 유례없는 초접전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팽팽한 지지율 경쟁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근소한 우위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538의 선거 예측 모델에 따르면, 트럼프의 승리 확률은 52%로, 2주 전 해리스의 58% 우위를 역전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통계적 오차 범위 내의 미세한 차이로, 전문가들은 "동전 던지기만큼이나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7개 경합 주(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에서의 지지율 격차가 2%포인트 미만으로 좁혀져 있어 누구도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2주간 주요 경합 주에 발표된 121개 여론조사 중 23개가 공화당 계열, 4개가 민주당 계열, 93개가 무소속 기관에서 실시됐다. 그러나 538의 분석에 따르면, 당파성 여론조사가 전체 평균에 미치는 영향은 0.3%포인트 수준에 그쳐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난 이러한 현상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공화당 계열 여론조사가 민주당 계열보다 훨씬 많다는 것은 '여론조사 홍수' 전략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538이 적용하는 보정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면서 편향성이 전체 평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538은 당파적 여론조사에 대해 '하우스 이펙트'라는 조정 방식을 적용한다. 특정한 여론조사 기관이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편향성을 수치화하여 보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관의 조사가 항상 트럼프에게 2%포인트 유리하게 나온다면, 이를 감안하여 해리스 쪽으로 2%포인트를 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보정 시스템이 있어서 공화당 계열 조사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전체 평균이 왜곡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538이 여론조사의 신뢰도와 평판에 따라 가중치를 다르게 부여한다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기관의 조사나 단기간에 대량으로 발표되는 조사에는 낮은 가중치를 부여함으로써, '여론조사 홍수' 전략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있다. 실제로 문제의 여론조사들을 제외하고 평균을 계산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러한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이 당파적 여론조사의 존재 자체가 무해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치상으로는 작은 영향이지만, 이러한 조사들이 언론 보도와 여론 형성 과정에서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보정되지 않은 원자료가 언론에 그대로 보도될 경우, 유권자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당파적 여론조사의 증가 현상은 선거의 공정성 측면에서 계속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문제이다.
한편,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안정성이다. 해리스의 현재 2.0%포인트 우위는 2개월 전과 거의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인종별 지지율 변화도 2%포인트 미만으로 제한적이다. 반면 주별 여론조사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변동이 관찰되고 있으며, 대부분 해리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은 기간 변수를 주목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선거 직전 2주 동안 여론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는 각각 4%포인트와 2%포인트가량 트럼프 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측 모두 확고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어 극적인 변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대선의 또 다른 특징은 여론 조사상 최접전 양상을 보이지만, 최종 결과는 큰 차이로 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 수준의 여론조사 오차를 고려하면 누구든 30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이는 미국의 독특한 선거인단 제도와 함께 이번 선거의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남은 동안 양측은 경합 주에서의 지지율 제고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에서 해리스가 0.1%포인트 앞서고 있는 상황은 이번 대선의 전체적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역대 가장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만큼, 투표율과 부동층의 최종 선택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