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생성형 AI에 대한 천문학적 투자가 이어지면서 실제 수익성과 생산성 향상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AI 투자가 2025년까지 연간 20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상당수 기업이 실질적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AI 기술 발전의 새로운 흐름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AI 기술의 중심축이 챗봇에서 '자율 AI 에이전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 운영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새로운 AI 에이전트는 인간 개입 없이도 복잡한 업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세일즈포스의 '에이전트포스'는 고객 서비스와 영업 리드 발굴, 회의 설정 등을 자동화하고 있으며, 서비스나우는 IT와 고객 서비스 관리 티켓의 자율 처리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AI 에이전트 도입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이다.
세일즈포스는 기존 구독형 모델이 아닌 '성과 기반 과금 체계'를 도입했다. 이는 실제 처리된 업무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의 투자 부담을 낮추고 AI 기술의 실질적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도전과제도 제시하고 있다. 포레스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에이전트의 확산으로 기업들이 자동화의 위험과 보상의 균형, 인간의 역할 재정립, 데이터 관리 방안 등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마틴 카사도는 AI 에이전트가 점차 고도화되면서 인간의 역할이 '관리자'나 '감독자'로 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업 조직구조와 인력 운용의 혁신적 변화를 수반할 것으로 보인다.
미시건의 BACA 시스템즈 사례는 이러한 변화의 실제 효과를 보여준다. 이 회사는 AI 에이전트 도입으로 추가 인력 채용 없이도 증가하는 서비스 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다. 이는 AI 에이전트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기업의 확장성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 규모는 2023년 120억 달러에서 2028년 450억 달러로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의 경우, 금융과 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AI 에이전트 도입이 가속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금융사들은 이미 AI 기반 고객 상담 에이전트를 도입했으며, 제조업체들도 스마트팩토리 구현을 위해 AI 에이전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한국IDC는 국내 AI 에이전트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35% 성장해 1조 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AI 에이전트의 부상은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이는 기업의 운영 방식과 조직 문화, 더 나아가 시장경제의 작동 원리에도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러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기술적 혁신과 함께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준비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