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3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되던 부분을 정면 돌파하려는 승부수를 던졌다.
해리스 부통령은 16일(현지 시각)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일정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을 하며 독립적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시도했다.
액시오스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내 대통령직은 조 바이든 대통령직의 연장선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과 지지도 하락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해리스는 "새로운 세대 리더십"을 강조하며 자신만의 경제 어젠다를 제시했다.
이러한 해리스의 전략은 미국 정치의 복잡한 지형을 반영한 고도의 선택으로 보인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의 지지율 격차가 동률이나 역전되는 경우도 나타나면서 예측 불허의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자, 해리스가 결정적 영향력을 지닌 경합주 부동층을 겨냥해 발언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체감물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이민 문제에 대한 불만이 여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리스의 전략은 이 불안 요소를 상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바이든 정부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촉발하거나 공화당에 내부 분열 비난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퓨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진정한 '스윙 보터'는 전체 유권자의 약 7% 정도에 불과해 이 전략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는 해리스가 극도로 제한된 유권자층을 대상으로 고난도의 정치적 줄타기를 시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해리스는 인터뷰에서 이민 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불법 이민으로 인한 폭력범죄 피해자들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당적 국경 안보 협정을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민주당이 이민 문제에 대해 더욱 강경한 견해를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시도로 해석되나, 이러한 접근이 실제로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해리스는 트럼프의 극단적 발언을 비판하며 자신은 미국 국민을 비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의 분열적 레토릭과 대비되는 포용적 리더십을 강조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 인터뷰에 대해 민주당 캠프는 '뛰어난 수행'으로, 공화당 측은 '열차 사고'로 평가하는 등 극명한 해석 차이를 보였다. 이는 미국 정치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결국 해리스의 이번 행보는 현직 프리미엄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위험한 도전으로 볼 수 있다. 이 전략이 민주당의 승리로 이어질지, 아니면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지는 향후 선거 결과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대선은 단순히 후보자 간 대결을 넘어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의 '새로운 리더십'론이 설득력을 얻을지, 아니면 트럼프의 강경 노선이 다시 힘을 얻을지는 앞으로 3주간의 치열한 선거전을 통해 판가름 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건강성과 시장경제 질서의 미래 또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