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실은 차기 미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2주 남짓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도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와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금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백인을 중심으로 개신교를 믿는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확인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캠프를 불안하게 만들 소식이 전해졌다. 트럼프 입장에서 결코 낙관할 수 없는 흐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 美 백인 개신교 유권자의 81% “트럼프 찍을 것”
15일(이하 현지 시각) 마이애미헤럴드에 따르면 이번 대선이 역대급 초박빙 구도로 치러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단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트럼프 후보가 그동안 내심 믿어왔던 개신교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에서는 트럼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비영리 여론조사 업체인 미국 공공종교연구소(PRRI)가 지난 11일 발표한 2024년 미국 대선 관련 여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종교인을 포함한 미국의 등록 유권자 5352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16일부터 지난달 4일까지 조사를 벌인 결과 매주 교회에 다닌다고 밝힌 백인 유권자의 76%가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를 찍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트럼프 지지율은 교회를 다니지 않는 백인 유권자의 지지율보다 33%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에 해리스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답한 백인 개신교 유권자는 21%에 그쳤다.
백인 개신교 신자의 압도적 다수가 해리스보다 트럼프를 다음 대통령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번 조사에 응한 전체 등록 유권자를 기준으로 보면 50%가 해리스 후보를, 47%가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혀 해리스가 다소 우위를 보였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복음주의 개신교를 믿는 백인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81%가 트럼프를 찍겠다고 답한 데 비해 해리스는 16%만 얻는 데 그쳤다.
또 주류 개신교 신자의 경우 60%가 트럼프를, 39%가 해리스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개신교 신자는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43%에 이를 정도로 많다. 이들은 크게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와 주류 개신교 신자 두 그룹으로 구분되는데,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의 비율이 약 25%로 주류 개신교 신자보다 10% 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유수의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복음주의 개신교를 믿는 백인 유권자의 82%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하는 조사 결과다.
◇ 흑인 개신교 유권자의 85%는 “해리스 찍을 것”
그러나 마이애미헤럴드는 “문제는 모든 개신교 유권자가 트럼프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 즉 트럼프를 강하게 비토하는 개신교 신자들도 상당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면서 “흑인 개신교 신자들이 바로 그들”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사 결과 개신교를 믿는 흑인 유권자의 무려 85%가 해리스 후보를 찍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흑인 유권자들이 전통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온 역사적인 흐름과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PRRI는 “트럼프 후보가 그동안 흑인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왔음에도 개신교 신자를 포함한 흑인 유권자들은 여전히 해리스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편, 천주교를 믿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백인 천주교 유권자의 61%가 트럼프를, 38%가 해리스를 지지하겠다고 밝혀 개신교 유권자들과 마찬가지로 보수 정치인인 트럼프를 더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유대인 유권자의 경우 40%가 트럼프를, 58%가 해리스를 선택하겠다고 밝혔고 히스패닉계 천주교 유권자의 경우 38%가 트럼프, 61%가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밝혀 트럼프가 불리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