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역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재생에너지 산업이 있다. 중국의 공격적인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과 이에 대응하는 서방 국가의 보호무역 조치가 새로운 글로벌 무역 갈등의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최근 오일 프라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는 단순한 산업 경쟁을 넘어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중국은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전기차 배터리 등 재생에너지 핵심 분야에서 급속히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대규모 투자, 기업의 기술 혁신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은 이를 '불공정 경쟁'으로 규정하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재생에너지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검토하는 것은 이 맥락에서다. 표면적으로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 미래 에너지 패러다임을 주도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있다. 재생에너지는 단순한 산업 영역을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 주도권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호무역 기조 확산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을 가속할 전망이다. 각국이 핵심 산업 자국화를 추진하면서, 기존의 세계화된 생산 체계가 지역화, 블록화되는 ‘재세계화(re-globalization)’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효율성 중심의 글로벌 생산 체계가 안정성과 자국 이익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변화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보호무역 조치는 단기적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혁신을 저해하고 비용을 상승해 오히려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협력이 필수적인 기후 변화 대응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분야 무역 갈등은 글로벌 기후 목표 달성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파리 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빠른 보급이 필수적인데, 무역 장벽으로 인한 비용 상승과 기술 확산의 지연은 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자국 산업 보호와 글로벌 협력 필요성 사이에서 합리적인 접점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핵심 기술과 생산 능력의 일정 부분을 자국화하면서도 국제 협력의 문호을 열어두는 '선택적 디커플링'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무역 갈등을 넘어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 보호무역 조치보다는 연구개발 투자 확대, 인력 양성, 산업 생태계 구축 등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결국,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현재의 갈등은 새로운 글로벌 질서 형성의 과도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글로벌 무역 갈등 속에서 한국의 재생에너지 기업들도 주의 깊은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한국은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등 일부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의 급속한 성장과 미국, EU의 보호무역 조치 사이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기술 혁신에 더 박차를 가하는 한편, 글로벌 가치사슬 내에서 위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 개발에 집중하거나, 신흥국 시장 진출을 통한 다변화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과 함께, 국제 무역 협상에서 한국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한국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국제 무역 질서 속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각국은 자국의 이익과 글로벌 공동의 이익 사이에 균형을 찾아야 한다. 재생 에너지 산업 발전과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인류 공통의 과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경쟁과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