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0센트(0.27%) 하락한 배럴당 74.1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물 브렌트유는 31센트(0.4%) 내린 배럴당 77.74달러에 마감했다.
지난주 WTI와 브렌트유는 각각 9.1%, 8% 이상 급등하며 1년 만에 최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1주년을 맞아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를 끌어올렸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고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가자지구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폭격하면서 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추가적인 보복 공격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섰다. 지난주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함께 수요 둔화 우려, 석유수출국기구(OPEC) 증산 가능성 등이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술적 차익실현"...중동 리스크는 여전히 유효
전문가들은 이날 유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기술적 차익실현을 꼽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필립 노바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프리얀카 사흐데바는 "기술적 이익 실현이 가장 논리적인 설명"이라며 "중동 지역의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은 여전히 유가를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ANZ 리서치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직접 공격할 가능성은 낮다"며 "지정학적 사건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OPEC+의 여유 생산 능력과 이란의 보복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유가 급등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수요 둔화, OPEC+ 증산 가능성...하락 압력
중국의 경제 회복 둔화 가능성, OPEC+의 12월 증산 계획 등도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 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OPEC+는 최근 회의에서 12월부터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가 박스권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의 경제 지표, OPEC+의 생산 정책 등이 유가 향방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 발표될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주요 경제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경우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