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전쟁 위험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이번 주 1년 8개월 만에 최대 주간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탄도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의 원유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제유가는 4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유가는 특히 이번 주 9% 내외로 급등하며 지난해 3월 이후 최대 주간 상승 폭을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74.38달러로 67센트(0.91%) 상승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78.05달러로 43센트(0.55%) 상승했다.
WTI와 브렌트유는 이번 주에 각각 9.09%와 8.43% 급등했다.
전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석유 산업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뒤 유가의 상승 폭이 한층 가팔라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면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겨냥하는 것을 만류했고 유가는 이날 제한적 상승세를 보였다.
유가는 장 초반 2% 가까이 급등했지만, 바이든이 이란의 유전 공격 외에 대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뒤 상승 폭을 급격히 줄였다.
바이든은 백악관 언론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은 이란 공격과 관련해 결론을 내리지 않았으며 논의 중"이라면서 "내가 그들의 입장이라면, 유전을 공격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을 생각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 중 한때 75.55달러까지 치솟았던 WTI 가격은 바이든 발언 이후 74달러대로 몸을 낮췄다.
트라피구라의 벤 럭콕 석유 글로벌 책임자는 “시장이 그동안 지정학적 위험을 너무 편안하게 간과했다”면서 “유가가 어디로 향할지는 이스라엘이 구체적으로 이란 내에서 무엇을 목표로 삼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으로 우리 모두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댄 스트루이벤 수석 석유 애널리스트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하루 100만 배럴씩 감소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20달러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 스톤엑스는 이란의 석유 인프라가 이스라엘의 표적이 되면 유가가 배럴당 3~5달러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동맹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 회원국으로 하루 약 32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3%를 책임진다.
라이스타드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란의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다른 OPEC+ 회원국들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유가 상승 폭을 제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