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베인은 이날 연례 기술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지금의 인공지능(AI) 붐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앞으로도 AI 기술 인프라에 “이례적인 수준의 투자”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AI 반도체 붐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우려로 약세를 보이던 반도체 종목들에 다시 모멘텀이 형성됐다.
최대 250억 달러 필요
보고서는 “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비용이 현재 10억~40억 달러가 든다고 가정하면 5년 뒤에는 그 비용이 100억~250억 달러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AI 컴퓨팅 능력 확대에 골몰하면서 반도체 수요를 대폭 늘리고,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반도체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상당한 불로소득을 반도체 업체들이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인은 “엔비디아의 경우 올해 각국 정부의 AI 투자로만 100억 달러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지난해에는 관련 매출이 제로였다”고 지적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최근 수분기에 걸쳐 나타났던 것 같은 폭증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를 두고 월스트리트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베인의 장밋빛 보고서가 나왔다.
전날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지분 매각 종료, 중국 금리 인하 호재에 힘입어 급등했던 엔비디아는 이날 베인 보고서 덕에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장중 3% 넘게 급등했다.
공급 부족 재연될 수도
팬데믹 기간에는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속에 PC부터 스마트폰, 가전기기에 이르기까지 전자제품 수요가 폭증한 데다 반도체는 중국의 팬데믹 봉쇄 등 여파로 공급망이 차질을 빚으면서 심각한 반도체 부족 사태가 촉발됐다.
베인은 지금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AI 붐으로 인해 엔비디아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이를 생산하는 곳은 대만 TSMC로 생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I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퀄컴 반도체를 비롯해 각종 첨단 반도체 생산은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로 국한돼 있어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베인은 지적했다.
베인은 AI 붐으로 PC부터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다양한 전자제품들의 교체 주기도 빨라지고 있어 이들 반도체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공급은 팬데믹 당시 그랬던 것처럼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단 최첨단 반도체 대량 생산이 가능한 반도체 업체가 소수에 불과해 언제든 공급 병목 현상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또 네덜란드 ASML,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스 등 각국에 퍼져있는 반도체 장비, 원료 공급망 역시 언제든 병목 현상을 초래할 소지를 안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도 공급망을 뒤흔들 불안 요인이다.
베인은 미국이 첨단 반도체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고, 반도체 설비 국내 이전을 추진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공급망과 디커플링하고 있는 것 역시 반도체 공급망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공급 차질과 높은 수요 속에 반도체 시장이 당분간 공급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베인은 전망했다.
반도체 반등
베인 보고서에 힘입어 반도체 종목들은 주식 시장 약세 분위기 속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2.64달러(2.18%) 뛴 123.51달러, AMD는 3.70달러(2.34%) 급등한 162.02달러로 올라섰다.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은 3.13달러(2.18%) 상승한 146.43달러, 인텔은 0.73달러(3.20%) 급등한 23.54달러로 마감했다.
마이크론은 장 마감 뒤 실적 발표를 앞두고 1.77달러(1.88%) 오른 95.77달러로 장을 마쳤다.
마이크론은 기대 이상의 분기 실적과 낙관 전망으로 시간외 거래에서 10% 넘게 폭등했다. 마이크론은 AI 메모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에 힘입어 이번 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상회할 것으로 낙관했다.
마이크론은 시간외 거래에서 12.86달러(13.43%) 폭등한 108.63달러로 치솟았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