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아이폰 16 시리즈가 인공지능(AI)인 애플 인텔리전스 미탑재로 예전만큼의 신제품 출시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AI서비스를 확대하면서 흥행을 이어나가는 모양새다. AI가 스마트폰 구입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자사 뉴스룸을 통해 애플 인텔리전스의 지원 언어 계획을 공개했다. 애플은 다음 달 iOS 18.1 업데이트를 통해 애플 인텔리전스 베타 버전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지원 언어는 영어로 올해 말까지 호주·캐나다·뉴질랜드·남아프리카공화국·영국 등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국가는 모두 영어권 국가로 사실상 애플 인텔리전스가 올해는 영어로만 서비스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애플의 판매량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올해 1분기 기준 애플의 글로벌 판매 비중을 살펴보면 △미주 372억7300만 달러로 41% △유럽 241억2300만 달러로 26.5% △중국 18% △그외 지역 14.5% 수준이다. 이 중 영어를 사용하는 미주에서만 AI가 서비스된다고 가정할 경우 애플은 전체 판매량의 59% 지역에서 기존보다 판매량이 감소할 수 있다.
AI 미탑재로 인한 애플 제품의 판매량 감소 현상은 이미 목격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I를 탑재한 갤럭시 시리즈를 앞세워 올해 1분기 유럽시장에서 점유율 37%로 1위에 올랐고, 애플은 점유율 22%로 2위로 주저앉았다. 시장조사업체 CIRP는 삼성전자가 북미지역에서도 애플을 제치고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는 이 같은 판매량 변화가 AI가 스마트폰 구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스마트폰 사양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AI가 이른바 ‘혁신’으로 평가받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애플이 AI기술에서 뒤처진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AI를 앞세워 빠르게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 갤럭시 S24 시리즈에 AI를 전격 탑재해 스마트폰의 AI시대를 연 이후 갤럭시Z 플립6·폴드6 시리즈에도 AI를 탑재해 폴더블 제품만의 차별화된 AI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원 언어도 애플이 영어만 지원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출시부터 13개국 언어를 지원한 데 이어 16개국까지 지원 언어를 확대해 서비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으로 AI를 확대해 삼성전자 스마트폰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엇갈린 스마트폰 AI전략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내년에나 한국어를 비롯해 중국어·프랑스어·독일어·이탈리아어·일본어·포르투갈어·스페인어·베트남어 등 더 많은 플랫폼과 언어로 애플 인텔리전스를 서비스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애플이 유럽연합(EU)의 독점 방지법인 디지털시장법(DMA)을 고려해 유럽시장에서 '애플 인텔리전스' 출시를 보류한 것과 중국시장에서 챗GPT를 대체할 현지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점은 애플의 AI서비스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애플 아이폰 16 시리즈의 첫 주말 사전 예약 판매량은 전작 대비 12.7%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전문가는 “AI는 스마트폰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자리 잡았다”면서 “아이폰 판매량은 AI가 탑재된 이후부터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