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2020년 승리 연합을 재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해리스는 흑인, 라틴계,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세를 2020년 바이든 당시보다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해리스는 흑인과 라틴계 유권자들 사이에서 후보로 부상한 이후 각각 13%포인트의 지지율 상승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2020년 바이든 득표 수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리스와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를 2020년 바이든-트럼프 격차와 비교해 분석해 보면, 해리스 진영의 위기감을 알 수 있다.
흑인 유권자의 경우, 해리스는 트럼프보다 67%포인트 앞서고 있다. 이는 2020년 바이든이 보였던 77%포인트 격차보다 1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해리스가 직전 바이든이 얻었던 수치에 비해 13%포인트의 지지율 상승을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2020년 바이든의 지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라틴계 유권자 사이에서 해리스는 트럼프를 28%포인트 앞서고 있다. 이는 2020년 바이든의 34%포인트 우위보다 6%포인트 낮은 수치이다. 후보를 사퇴하기 전 바이든 지지율보다 13%포인트의 지지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으로 이탈한 라틴계 유권자들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30세 미만 젊은 유권자층에서 해리스는 트럼프보다 23%포인트 앞서지만, 2020년 바이든이 보였던 35%포인트 격차보다 1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7%포인트의 지지율 상승에도, 젊은 층 정치적 성향 변화와 현 정부에 대한 불만족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소수계 남성 유권자들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흑인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 해리스는 트럼프보다 55%포인트 앞서지만, 2020년 바이든의 76%포인트 우위보다 21%포인트나 낮다. 트럼프가 흑인 남성에서 20%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은 해리스 진영에 큰 위협이다.
라틴계 남성 유권자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해리스는 이 그룹에서 트럼프를 단 1%포인트 앞서고 있을 뿐이다. 이는 2020년 바이든이 보였던 23%포인트 우위에서 무려 22%포인트나 낮다. 트럼프가 라틴계 남성의 47%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은 해리스 진영의 가장 큰 숙제이다.
이런 수치들은 해리스가 비록 트럼프와의 지지율 대결에서 앞서고 있지만, 트럼프 지지층의 견고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바이든의 2020년 승리 연합을 완전히 재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소수계 남성 유권자의 지지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해리스 진영의 선거 전략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해리스 진영은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기보다는 오히려 ‘약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열세를 인정하고 지지자들의 위기의식을 고취하여 투표율을 높이려는 전략적 접근이다. 해리스 캠페인 의장 젠 오말리 딜런은 최근 메모를 통해 자신들을 “명백한 약자”로 규정했다.
동시에 해리스 진영은 백인 여성 유권자, 특히 대학 교육을 받은 백인 여성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기반에서의 약세를 새로운 유권자층 확보로 만회하려는 전략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 해리스 진영은 백인 유권자들, 특히 여성들에게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낙태권 등 여성 이슈에 집중하며 대학 교육을 받은 백인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일부 경합 주에서 해리스는 백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2020년 바이든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보인다.
이런 유권자 구성 변화는 선거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민주당이 주목했던 애리조나, 조지아, 네바다 등 인종적으로 다양한 격전지 대신, 백인 유권자가 많은 펜실베이니아, 미시건, 위스콘신 등 북부주들을 주목하는 배경이다. 이는 해리스가 바이든과는 다른 승리의 경로를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북부주들은 노동계급 백인 유권자가 많은 지역으로, 2016년 트럼프 승리로 균열이 생겼다가 2020년 바이든이 되찾았다. 해리스 진영은 이 경로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전략 변화의 배경에는 인구통계학적 변화, 경제 이슈의 부각, 교육 수준에 따른 투표 성향 차이, 여성 유권자의 중요성 증대, 노동조합의 영향력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해리스는 흑인 소수계 여성이라는 정치적 배경과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채 바이든이 다양한 인종의 광범위한 연합을 통해 승리한 것처럼 한 걸음 더 나아가 특정 지역과 계층에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치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소수의 경합 주에서 승리가 전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현실을 더 잘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전략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분명 미국 정치 지형의 변화와 민주당의 적응 노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해리스 진영의 이런 전략 변화에는 최근 몇 년간의 사회적, 정치적 변화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여성 유권자의 정치적 영향력 증대가 주목할 만한 요인이다.
이는 단순히 여성 유권자 수의 증가뿐만 아니라, 여성 관련 이슈들이 정치적 의제로 부각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중에서 낙태권 문제가 여성 유권자들의 정치적 참여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2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 폐기 이후, 낙태권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이는, 특히 대학 교육을 받은 백인 여성들 사이에서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2024년 미 대선은 과거와 다른 유권자 구도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향후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여성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지 기반 구축 노력이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런 정치적 변화는 선거 결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정책 방향과 경제 환경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여성 유권자들의 영향력 증대로 양육, 교육, 의료 등의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될 것이며, 이는 관련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대선의 결과는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들과 기업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앞으로의 선거 과정과 결과에 대해 면밀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