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언론사들과 여론조사 업체들이 트럼프와 해리스의 지지율 추이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속속 내놓고 있으나 대선 결과를 현시점에서 미리 점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예측은 두 유력 후보 간 지지율을 단순히 비교해 나온 것이 아니라 미국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7대 경합주의 여론 추이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것이어서 실제 결과와 얼마나 부합할지 이목을 끌고 있다.
◇ 7대 경합주와 매직 넘버 270명
2024년 미 대선 결과를 미리 예측하기 위해 경합주의 두 후보 간 선거인단 확보 가능성을 사실상 처음으로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여론조사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미국의 컨설팅·여론조사 업체 레드필드앤윌튼에 의뢰해 최근 실시했고, 2만1853명에 달하는 큰 규모의 미국 유권자가 참여했다.
이 조사는 두 후보의 전국적 지지율이 아닌 미국 50개주 유권자의 지지율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이 가운데 칼자루를 쥔 7개 경합주의 지지 여론을 비교 및 분석해 텔레그래프가 예측을 내놨다.
문제의 7개 경합주는 미시간주, 펜실베이니아주, 위스콘신주, 애리조나주, 조지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네바다주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는 이들 경합주에서 3%포인트 이내의 득표율 차이로 대선에 처음으로 나온 조 바이든이 이겼고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했다.
최종적인 결과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는 승자독식 방식이란 점에서 7개 경합주의 두 후보 간 지지 여론 추세가 어느 정도 뚜렷하다면 예측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는 직선제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간선제다. 미국을 구성하는 50개주의 유권자는 대선이 열리는 오는 11월 5일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대의원에게 투표하고 이 1차 직선제 방식의 투표에서 이긴 후보가 해당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하는 ‘승자독식’ 시스템이다.
따라서 선거인단 총 538명 중 과반인 270명을 확보한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는 점에서 이 270명을 ‘매직 넘버’로 부르기도 한다. 누가 270명을 먼저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므로 모든 주의 개표가 끝나지 않더라도 상대 후보가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면 이긴 것으로 간주된다.
텔레그래프의 이번 조사도 트럼프와 해리스 가운데 누가 최소한 270명을 확보할 가능성이 큰지에 초점을 맞추고 실시됐다.
◇ 7대 경합주 경쟁서 해리스 우세 전망
그 결과 해리스 민주당 후보는 270명의 선거인단을 가져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됐고,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262명을 건질 것으로 예상됐다.
큰 격차는 아니지만 트럼프보다 해리스가 과반인 270명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된다는 얘기다.
문제의 7개 경합주의 선거인단 확보가 결정적인 변수인데 트럼프는 애리조나주, 조지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공화당의 전통적인 텃밭으로 이른바 ‘선벨트’ 지역으로 불리는 남부 지역 3곳에서 이길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해리스는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이른바 ‘러스트벨트’로 불리는 미시간주, 펜실베이니아주, 위스콘신주 등 북동부 지역 3곳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마지막으로 남은 선벨트 지역인 네바다주에서는 해리스와 트럼프의 지지율이 동률을 기록했다.
텔레그래프는 “트럼프는 우세로 나타난 노스캐롤라이나주, 조지아주에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승리하거나 우세 지역인 노스캐롤라이나주에다 위스콘신주, 미시간주, 애리조나주에서 승리하면 270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해리스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이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됐고,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에서도 해리스 후보가 이길 확률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7대 경합주 경쟁에서 근소한 차이로 해리스가 이겨 매직 넘버 270명을 확보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커 보인다는 얘기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