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최근 실적 발표 이후 주가 하락과 제조 난관은 인공지능(AI) 붐이 정점을 지났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것이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오히려 AI 혁명은 이제 본격화되고 있으며, 엔비디아와 빅테크 기업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투자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그 근거를 제시했다.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최신 AI칩 ‘블랙웰’은 기존 제품보다 두 배 큰 크기와 2.6배 많은 트랜지스터를 탑재하며 성능의 비약적 향상을 약속한다.
이는 AI 기술의 지속적 발전을 보여주는 증거다. 제조 과정의 복잡성 증가로 인한 어려움이 있지만, 이는 기술 혁신의 불가피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엔비디아는 이미 설계 변경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섰으며, 내년 초부터 블랙웰 칩의 본격적인 매출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빅테크 기업의 AI에 대한 투자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은 AI 관련 지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애플과 엔비디아가 오픈AI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AI 기술의 중요성과 미래 가치에 대한 빅테크 기업들의 확고한 믿음을 보여준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의 말처럼 AI에 대한 과소투자의 위험이 과잉투자의 위험보다 “극적으로 크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여전히 퍼져 있다.
이러한 흐름은 AI 기술이 단순한 유행이 아닌 산업 전반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혁명적 기술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AI는 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단기적인 수익성보다는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AI 투자 열기는 반도체 시장, 특히 AI칩 시장의 급성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가트너의 올해 840억 달러 성장 예측은 작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수치로, AI 기술 도입의 가속을 반영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시장의 다변화 양상이다.
엔비디아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경쟁 구도가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AMD는 최근 MI300X GPU를 발표하며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냈고, 올해 AI칩 매출 45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텔 역시 가우디3 AI 가속기를 통해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으며, 퀄컴·구글·아마존 등도 자체 AI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스타트업 생태계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세레브라스 시스템스는 최근 비밀리에 기업공개(IPO)를 신청했으며, 그래파코어, 삼바노바, 삼바노바 시스템스 등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벤처캐피털의 AI 관련 투자도 급증해 CB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에만 전 세계적으로 420억 달러가 AI 스타트업에 투자되었다.
이러한 추세는 AI 기술의 다양화와 특화를 촉진하고 있다. 에지 AI, 저전력 AI칩, 뉴로모픽 컴퓨팅 등 새로운 영역이 부상하면서 시장의 세분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다양한 기업에 틈새시장 공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은 AI 기술 발전 속도와 실제 비즈니스 성과 사이의 간극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많은 기업이 AI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수익 창출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 실적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AI 전략과 실행 능력을 평가해야 할 것이다.
한국 기업에 이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네이버·카카오 등 IT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결국 AI 혁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엔비디아의 기술적 도전과 빅테크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는 AI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예고한다. 이는 전 산업에 걸친 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며, 글로벌 경제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보인다.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주시하며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