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4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31일 닛케이아시아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지난 30일부터 진행된 정책회의에서 무담보 오버나이트 콜 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19일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해제하고 주식 매입과 수익률 곡선 통제를 종료한 데 이어 올해 두 번째 금리 인상이다.
당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금리에서 제로금리로 인상된 것에 그쳐 여전히 ‘금리가 없었던 환경’이었던 일본은 이로써 실질금리가 도입되게 됐다.
일본은행은 일본국채(JGB) 매입 규모를 축소할 계획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월별 매입 규모는 현재 6조 엔에서 2026년 1분기까지 3조 엔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는 엔화가치 하락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은행은 지난 2022년부터 미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결정으로 인한 달러 금리가 5.25%로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 마이너스금리를 고집해 엔화가치 하락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이달 엔화는 미국 달러 대비 162엔에 근접해 3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2022년 초 이후 거의 3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재무성이 엔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 개입을 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화가치 하락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결국 일본은행 안팎에서 금리 인상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요구가 지속되어 왔다.
이와 함께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단행 이유로 일본 경제 회복에 대한 거시적인 자신감도 저간에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별도로 발표한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일본은행은 소비자 인플레이션이 2025 회계연도에 2.1%, 2026 회계연도에는 1.9%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 물가가 지속적으로 2%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치를 내놨다.
일각에서는 2년 이상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앞질렀고 일본의 개인 소비가 4분기 연속 둔화되고 있음을 꼽으며 7월 금리 인상이 보류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3월에 기업과 노동조합이 합의한 3.56%의 임금 인상률이 대부분 급여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8월께는 실질임금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며 자신감을 내보인 상태다.
한편, 7월 23~25일 닛케이 계열사인 설문조사기관 QUICK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투자자는 9월 또는 10월에 금리 인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