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주택시장이 사실상 붕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슈퍼리치를 제외하면 일반인들의 주택 거래가 수십 년 사이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고, 주택을 새로 사려는 사람들이 아예 사라져 주택시장이 동결 상태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의 6월 신규 주택 판매는 전월과 비교해 또다시 하락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6월 신규 주택 판매(계절 조정치)가 전월 대비 0.6% 감소한 연 환산 61만7000채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5월 수치는 62만1000채로 수정됐다.
미국의 신규 주택 판매는 5월에 15%가 감소한 데 이어 6월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6월 판매 건수는 전년 동기의 66만6000채에 비해 7.4% 감소했다. 신규 주택 판매 중간 가격은 6월에 41만7300달러를 기록했다. 평균 판매 가격은 48만7200달러였다. 6월 말 현재 계절 조정 기준 신규 주택 판매의 재고 추정치는 47만6000채였다. 이는 현재 판매 속도를 고려했을 때 9.3개월치 거래 물량이다.
그렇지만, 100만 달러(약 13억8000만원) 이상의 고급 주택은 6월에도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이자율이 평균 6.9%에 이른 상황에서 주택 매입을 위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부자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자들은 특히 은행 대출을 받지 않고, 현금 거래를 하는 사례가 많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부동산 중개 기업 레드핀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고급 주택 거래의 45%가량이 현금으로 이뤄졌다. 이는 지난 10년 사이에 최고 기록이다.
슈퍼리치를 제외한 일반 미국인은 모기지 이자 부담으로 주택을 사기 어렵다. 지난 2019년부터 2022년 사이에 모기지 이자율은 3% 안팎이었다. 불과 2년 사이에 모기지 이자율이 2배 이상 뛰었다.
올해 6월까지 미국의 주택 거래가 4개월 연속 하락했으나 집값은 다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6월 미국 기존 주택 매매 건수가 389만 건(계절 조정 연이율 환산 기준)으로 전월 대비 5.4% 감소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5.4% 줄어든 것이다. 기존 주택 거래량은 지난 3월 이후 잇따라 전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주택 거래량은 미 주택시장 거래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NAR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미국의 기존 주택 재고량은 132만 가구로 작년 같은 달보다 23.4% 증가했다. 현재 주택 판매 속도를 고려할 때 이 같은 재고량은 4.1개월치 공급량에 해당한다. 이는 2020년 5월 이후 가장 많은 재고 수준이다.
올해 6월 미국 기존 주택 중위가격은 42만690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1% 올라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기존 주택 중위가격은 1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인다.
주택시장과 함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2023년 사무실 공실률이 30년 만에 최고치인 18%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상업용 부동산 매물은 최대 7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상업용 부동산 정보 회사 코스타(CoStar)가 밝혔다.
코스타에 따르면 새너제이의 한 오피스 빌딩이 2017년보다 약 5600만 달러 낮은 가격에 매각됐다. 뉴욕 맨해튼의 한 오피스 빌딩은 약 67% 할인된 가격에 팔렸다. 무디스(Moody's)는 미국에서 오피스 빌딩 가격이 2021년 정점 대비 약 20~3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