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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주택 시장에 심각한 혼돈 양상 지속

아파트가 늘고 있지만, 가격은 더 비싸져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07-03 15:20


고급 아파트가 늘고 있는 미국 주택 시장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고급 아파트가 늘고 있는 미국 주택 시장 사진=로이터

미국 주택 시장이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신규 아파트 건설은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주택은 오히려 부족해지고 있다.

이는 팬데믹 이후 변화된 주거 수요와 경제 상황이 맞물려 발생한 결과로, 미국 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각)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 신규 아파트 공급 증가와 숨은 문제점들

미국 주택 시장에서 신규 아파트 공급이 급증하고 있다. 렌트카페(RentCafe)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전역에 약 461,000세대의 신규 아파트가 건설되었다. 이는 50년 만에 최고로, 팬데믹 기간 동안에만 120만 채의 신규 아파트가 완공되었다.

이러한 건설 붐은 팬데믹 이후 변화된 주거 수요를 반영한다.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더 넓은 공간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고, 개발업자들은 이에 부응하고 있다. 2023년에 지어진 평균 미국 아파트 크기는 916평방피트(약 85제곱미터)로, 전년도보다 27평방피트 증가했다.
그러나 이 건설 붐에는 문제점이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완공된 주택의 약 89%가 고급 주택이라는 점이다. 이는 많은 세입자들이 원하는 저렴한 아파트 유형이 아니다.

이에, 주택 공급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연방주택금융청(FHFA)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작년보다 6.6% 상승했다. 특히, 버몬트주는 12.8%의 증가율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주택가격 상승률을 보였고, 뉴저지(11.6%)와 뉴욕(10.9%)도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이러한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모기지 금리 상승이다. 현재 모기지 금리는 7%에 육박하고 있어, 주택 구매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는 다시 임대 수요 증가로 이어져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주택 시장의 이런 변화는 저소득층에 특히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고급 아파트 시장은 활황을 누리는 반면, 저렴한 아파트 시장은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저소득층의 주거 불안정이 심화하고 있으며, 사회적 불평등이 더 악화하고 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의 자료에 따르면, 저소득 가구의 76%가 소득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이는 주거비 과부담을 의미한다. 또한, 노숙자 수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2022년 기준 약 58만 명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이런 주거 문제는 저소득층의 경제적 안정성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교육, 건강, 고용 등 삶의 여러 측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미국 정부와 업계의 대응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방정부는 저렴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 등 정책을 검토 중이다. 또한, 2025년까지 100만 채의 임대 주택을 완공할 계획을 발표했다.

민간 개발업자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일부 개발업자들은 혼합 소득 주택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소득 계층을 위한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금리와 높은 인건비로 인해 저렴한 주택 공급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과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의 주택 문제는 단순한 공급 부족이 아닌,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비롯된 복잡한 사회 문제다. 정부와 민간 섹터의 협력을 통한 저렴한 주택 공급 확대, 금리 정책 조정, 주택 시장 다변화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회 불평등 심화, 경제 성장 둔화 등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 미국이 이 주택 시장의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그리고 그 해결책이 다른 국가들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도 주택 시장이 다시 동요하고 있다. 미국의 사례는 우리와 결이 다르지만,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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