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전에서 고령 논란으로 중도 하차했으나 그가 후보 사퇴를 선언하기 전까지 ‘바이드노믹스’로 불리는 그의 경제정책이 발목을 잡았다. 바이든 대통령 재임 중에 지난 5월 기준으로 새로 생긴 일자리가 1560만 개에 달하는 기록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그의 취임 이후 누적 물가 상승률을 뜻하는 '바이든플레이션(Bidenflation)'이 20%를 돌파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극단적인’ 경제 성적표에 미국의 유권자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 유권자들에게 ‘고용’보다는 ‘물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드노믹스’의 부채를 안고 대선전에 나선다. 그가 현직 부통령으로서 경제정책을 주도하지는 않았지만, 현 정부의 경제 성적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워싱턴 정가와 경제계는 해리스가 ‘바이드노믹스’의 한계를 뛰어넘는 '카멀라노믹스(또는 해리스노믹스)'를 제시할지 주목한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각) “바이든의 경제 어젠다가 개별적으로는 지지를 받았으나 유권자들이 전반적으로 그의 경제정책에 불만을 드러냈다”면서 “이것은 해리스 부통령이 직면한 도전”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유권자들의 최우선 관심사가 물가이고, 그런 점에서 바이든보다는 도널드 트럼프가 더 큰 신뢰를 얻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전에 뛰어들면서 유권자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분노를 극복할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의 언론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해리스가 바이드노믹스의 짐을 짊어진 채 횃불을 이어받았다”면서 “해리스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비난을 피하면서 소셜 케어 확대 어젠다를 내세우려 한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해리스가 바이드노믹스를 개편하기보다는 확대할 것”이라며 “이는 주요 경제정책이 이미 시행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해리스는 바이든 정부가 강력 드라이브를 걸었던 '반도체 지원 및 과학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미국 구조 계획법(American Rescue Plan)' 등을 차질 없이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법은 한국 주력 기업의 대미 투자 전략의 토대다. 삼성전자가 바이든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 IRA 시행에 맞춰 현대차와 기아가 북미 지역 전기차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한국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대미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승리하면 IRA를 비롯한 바이든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을 즉각 폐기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NYT는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다수가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에 대해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유권자의 3분의 1가량이 구조계획법에 대해 모르고 있고, 약 절반이 반도체법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해리스는 이제 새출발을 하면서 지역사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새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드노믹스는 중산층을 두껍게 하고 경제적 약자를 중산층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실시되는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칭하는 표현이다. 이 말은 미국 언론이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을 지칭하기 위해 먼저 사용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과 낮은 실업률, 미국 내 투자 확대 등 경제적 성과를 홍보하면서 이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지표를 앞세워 바이드노믹스를 중심으로 재선 선거운동을 시작했으나 유권자들에게 이 전략이 먹히지 않았다.
미국인 유권자 10명 중 8명(79%)은 가장 큰 경제 문제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이 지난 5월 2~6일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8%가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월세, 식료품, 휘발유 가격 상승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