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국제 무역은 예상보다 점차로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네덜란드 경제분석국(CPB)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무역 규모는 2022년 정점 대비 약 2% 하락했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리쇼어링’과 ‘탈세계화’가 지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호무역이 기승을 부릴 경우, 글로벌 무역질서는 지금보다 더 경색되고 무역 규모도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수출 경제 위주의 우리로서는 사전에 더 철저한 대비 필요성이 거론된다.
그간 무역 둔화는 크게 두 가지 흐름에서 나타났다. 첫째, ‘리쇼어링’이다.
‘리쇼어링’은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인식하고 역외 생산 기지를 자국으로 되돌리는 현상을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수에즈 운하 폐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일련의 사건들이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확실히 보여주었고, 이는 기업들의 리쇼어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정확한 데이터는 공개된 바가 없지만, 2020년 이후 미중 갈등, 2022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사이의 이격이 심해지면서 제조업 등의 탈중국 현상으로 대략 수천억 달러가 미국이나 EU 등으로 투자금이 회귀하였다.
예를 들어, 컨성팅 기업 커니(Kearney)의 2023년 리쇼어링 지수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제조업체들의 저비용 아시아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이는 약 900억 달러의 생산이 잠재적으로 미국으로 다시금 이동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은 제조업 부흥을 언급하며, 바이든 정부 이후 전 세계 FDI 자금의 약 30%를 흡수했다. 미국 전역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의 투자행위가 계속됐다.
또한, 일본의 경우도 일본 정부의 보조금 프로그램에 따르면, 2020~2022년 사이에 약 400개 기업이 해외에서 일본으로 생산시설을 이전 혹은 국내 생산을 확대했다.
글로벌 무역 거래를 주춤하게 만든 또 다른 배경은 '탈세계화'다. 이는 정치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현상으로, 각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와 경제 안보를 위해 무역 장벽을 높이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 정책, 유럽의 ‘반도체 지원법’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자유 무역으로 연결된 공급망을 이념과 안보 관점에서 헤아려 분리하려는 것이다.
여전히 대선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시장의 예측처럼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 중심 경제 블록 강화,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 가속화, 전략적 산업에 대한 보호주의 강화, 동맹국과의 선택적 협력 확대 등 지금보다 더 강력한 보호무역 곧, '탈세계화'와 '리쇼어링'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한국과 같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비용 증가, 새로운 시장 진출에 따른 리스크의 관리, 기술 혁신투자 비용 등 기업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과 같은 무역 중심 국가들은 새로운 시대에 대비해 적응할 수 있는 전략을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미국 현지 투자 확대이다.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대응하려면, 미국 접근성을 유지하고 미국 내 직접 투자를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한다. 특히,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산업 분야에 대미 직접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밴스가 극히 부정적으로 전기차를 언급해 트럼프를 지지한 테슬라 등의 대응 동향을 잘 살피면서 묘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둘째, 새로운 수출 시장 개척이다. 미국 외 다른 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것도 미국에 지나친 의존을 낮출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다. 인도, 동남아, 중동, 유럽, 아프리카 등 시장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이다. 단순 제조업에서 벗어나 AI, 로보틱스, 바이오테크 등 신성장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 가속화를 말한다.
넷째, 지역 경제 블록 내 역할 강화와 새로운 협력 기회 모색을 강조한다.
끝으로, 경제 안보 전략 수립을 말한다. 주요 산업 분야의 안보 리스크를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 경제-안보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세계 무역의 둔화와 탈세계화 추세는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현실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2.0 시대의 도래 가능성에 대비하여, 한국 경제는 더 유연하고 탄력적인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은 긴밀히 협력하여 중장기적 관점에서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한국 경제는 새로운 글로벌 경제 질서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응이 단기적으로는 비용과 어려움을 동반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경쟁력 강화와 안정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