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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피격 파장] 산업계 ‘트럼프發 보호주의 쓰나미’ 대응책 마련에 집중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 사건으로 ‘당선 확신’ 무게에
주요 그룹, 美 네트워크 통해 상황 변화 파악 집중
큰 틀의 변화는 없겠지만, ‘美 국민‧산업이익 우선’ 우려
과거 한‧미 FTA 재협상 요구하며 무역 불균형 개선 압박
자동차‧철강재‧이차전지 등 제조업 부문에서 압박 커질 듯

채명석 기자

기사입력 : 2024-07-15 17:01

지난 2019년 6월 30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국내 경제인 대화’에 참석해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뒤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9년 6월 30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국내 경제인 대화’에 참석해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뒤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대기업들이 지난 13일(현지 시각) 벌어진 차기 대통령 후보인 공화당 소속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 사건을 계기로 일제히 달라진 미국 정치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자동차, 반도체, 철강, 배터리, 방위산업 등 산업 부문의 이해득실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그룹들은 당장 미국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4개월여를 앞둔 미국 차기 대통령 선거 판세를 살펴보는 한편, 총수가 참석하는 경영회의에 해당 내용을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실무진 차원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유력’이라고 봤던 각 그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확실’이라는 가정하에 둔 분석”이라며 “‘트럼프노믹스’ 대응 방안을 주로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총수들의 모임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기정사실로 한 분위기를 내비쳤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지난 12일 ‘2024 한경협 CEO 제주 하계포럼’을 겸해 제주 서귀포시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이 힘을 합치면 트럼프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돼도 당연히 협조적일 것”이라며 “한·미·일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만큼) 어려워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로 확장하면 트럼프가 집권한 미국 행정부를 한 차례 경험한 학습효과에 따라 그때만큼 충격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공화당과 민주당 등 어느 정권에 상관없이 고착한 미국의 경제 보호주의가 더욱 강화돼 우리 기업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점은 여전히 불안 요소다. 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 대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위대한 미국’을 앞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국민과 산업의 안정을 위해서라면 중국 등 적대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유럽연합(EU) 등 전통적인 우호국도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한·미 FTA 재협상도 과도한 양국 간 무역수지 불균형이 원인인데, 최근 수출이 급증하면서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한국의 제1위 수출국이 된 점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산업계의 분석이다. 직접적으로 미국으로 수출되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재와 자동차, 이차전지, 에너지는 물론 심지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 기업이 생산시설을 이전한 베트남과 태국 등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압박했고,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이 계획을 발표하자 기업명을 직접 언급하며 애정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 투자기업은 자국 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는 공화당 정책 기조를 반영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에 반해 생산시설을 외국으로 옮긴 오토바이 업체 할리데이비슨을 맹비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FTA 체결 국가 간 수출입 품목은 원산지 규정에 따라 역내산으로 인정해 관세 혜택 등을 제공한다는 통상 원칙도 위배하고, 중국산 원재료·부분품을 적용해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완제품에도 규제를 가하려고 했다.

이렇듯 트럼프 전 대통령이 뿌린 보호주의 씨앗은 아이러니하게도 뒤를 이어 집권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반도체 부문 칩4(CHIP4)와 전기자동차 등을 포함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열매를 맺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러한 바이든 행정부의 보호조치도 미국 국민의 이익에 반한다며, IRA 폐지와 보조금 축소 등을 시행해 그나마 치켜세워왔던 미국 투자 해외기업에도 불이익을 안기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표밭인 전통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압박이 거세질 것은 분명하다”며 “개별 기업으로서는 여력이 없는 만큼 우리 정부가 나서서 경제 외교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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