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콜라를 만드는 대표적인 미 소비재 업체 펩시코가 11일(현지시각) 분기 실적 발표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충격이 마침내 소비자들의 지출 감축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또 다른 식품업체 콘애그라 역시 매출 감소를 발표했다.
미 경제 핵심인 소비가 오랜 인플레이션에 결국 성장 동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판매 감소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펩시는 지난달 15일 마감한 2회계분기 북미 시장에서 판매 둔화세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치토스 등 스낵류 사업 부문인 프리토-레이 북미 사업 부문 판매량이 전년동기비 4%, 펩시콜라 등 음료수 부문 북미 판매량은 3%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격 인상 덕에 판매량에 가격을 곱한 매출 타격은 크지 않았다.
프리토-레이 북미 부문 매출은 0.5% 하락에 그쳤고, 북미 음료수 부문 매출은 외려 1% 증가했다.
매출이 우려했던 것보다는 양호했지만 전망은 좋지 않았다.
펩시는 이른바 오가닉 매출이 이번 회계분기 '대략' 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전에 밝혔던 '최소한' 4% 성장에서 후퇴했다.
오가닉 매출은 환율 요인을 배제하고, 합병 등을 통한 신사업을 제외한 기존 부문 매출을 말한다. 소매업체들의 동일점포 매출과 같은 개념이다.
가격 인하
콘애그라는 아예 가격 인하를 시작했다.
판매 둔화세를 되돌리기 위해 일부 제품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
콘애그라는 5월 26일 마감한 4회계분기 오가닉 매출이 전년동기비 2.4% 감소했다고 밝혔다.
가격 인하에 따른 매출 감소가 2.4%의 0.6%포인트를 차지했고, 나머지 1.8%포인트 감소는 순전히 판매량 감소에 따른 것이었다.
콘애그라는 다만 가격 인하와 광고 등에 힘입어 스낵류 판매량이 4회계분기 중 소폭 증가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것은 피할 수 없어 이번 회계연도 오가닉 매출이 최대 1.5% 감소할 것으로 비관했다.
소비자들 지갑 닫는다
가격 인하는 이미 월마트, 타깃 등 소매 업체들 에서는 일상이 된 현상이다.
타깃은 이달 가격 할인 주간 행사를 통해 약 3500개 제품 가격을 내린다고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앞서 5월에는 이미 5000개 인기 제품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
세계 최대 오프라인 소매 업체 월마트도 대대적인 할인을 진행 중이다.
7000개 가까운 품목 가격을 낮췄다.
가격 인하로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월마트는 기대하고 있지만 다음달 실적 발표에서 뚜껑이 열려봐야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이 이제 싸다고 덥석덥석 물건을 집던 때는 지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비용 상승 요인을 제품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던 소비재 업체, 소매 업체들이 이제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함께 고통을 받기 시작했다.
펩시는 "지난 수년에 걸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과 고금리가 결국 가계 금융 여건을 옥죘다"면서 "소비자들이 가치를 좀 더 의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