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와 미세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3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나노 제품 양산도 예정대로 2027년으로 확정하면서 TSMC와의 미세공정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를 통해 구체적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개발 계획을 밝혔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양산 3년째를 맞는 3나노 GAA공정은 그동안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2세대 양산을 예정대로 시작했다"면서 "후면전력공급(BSPDN) 기술을 적용한 2나노 SF2Z 공정을 2027년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강조한 BSPDN은 전류 배선층을 웨이퍼 후면에 배치해 전력과 신호 라인의 병목현상을 개선하는 기술을 말한다. SF2Z는 기존 2나노 공정 대비 ‘소비전력·성능·면적(PPA)’ 개선 효과뿐 아니라 전류의 흐름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전압강하' 현상을 대폭 줄일 수 있어 고성능 컴퓨팅 설계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파운드리 업계는 성능이 향상되는 만큼 늘어나는 발열을 줄이고 전력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미세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다. TSMC는 2026년 말 1.6나노 공정에 후면전력공급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보다 미세하게 빠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생산 기술에서 TSMC보다 앞선 GAA공정을 먼저 적용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GAA 기술은 전력이 흐르는 채널을 4면 게이트로 감싸는 것으로 2면으로 감싸는 핀펫(FinFET) 방식 대비 전력 효율과 성능 면에서 효율적이다. 미세공정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기술로 알려져 있지만 파운드리 업계 1위 기업인 TSMC는 아직 핀펫 기술을 고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SMC는 미세공정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TSMC는 북부 신주과학단지의 바오산 공장에서 2nm 반도체를 다음 주에 처음 시험 생산하고 내년에는 양산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7년 1.4나노 양산 계획은 양사가 동일하다.
일단 파운드리 시장의 주도권은 TSMC가 쥐고 있다. TSMC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퀄컴과 인텔 등 빅테크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GAA방식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여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고객사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3나노 GAA기술을 적용한 첫 웨어러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W1000을 갤럭시워치7에 탑재해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또 이날 일본 프리퍼드 네트웍스(PFN)의 2나노(SF2) 기반 AI 가속기 수주 소식도 전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