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환율이 미국 달러당 160엔을 넘어 170엔까지 폭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쓰이스미토모 DS자산운용과 미즈호은행 등은 엔화 가치가 현재 수준보다 약 10엔 정도 하락한 달러당 170엔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높은 미국 달러화를 선호하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거래를 지속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엔화가 올해 달러 대비 12% 가까이 하락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일본 당국의 엔화 매수 개입 가능성 등에도 불구하고 엔화 약세를 되돌릴만한 강력한 촉매제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 외환당국은 4월 하순 이래 5조8000억 엔(약 614억 달러·약 85조 원)의 기록적인 시장 개입을 단행했으나 엔화 환율은 현재 개입 이전 레벨인 160엔으로 거의 복귀했다.
25년 동안 엔화를 거래해 온 ATFX 글로벌 마켓의 닉 트위데일은 "달러/엔 환율이 비교적 빨리 170엔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단기적인 개입은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엔화 약세에 대한 베팅의 중심에는 일본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현재 금리 인하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기준금리 목표 수준을 5.25~5.50%로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행의 금리는 0%를 간신히 웃돌고 있다.
24일 일본 재무성의 간다 마사토 재무관은 당국이 필요하다면 하루 24시간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지만, 시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블룸버그 마켓 라이브 전략가인 마크 크랜필드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 당국자들의 말만으로는 트레이더들의 베팅 방향을 바꾸도록 설득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쓰이스미토모 DS 자산운용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쿠니베 신지는 일본 당국이 개입할 경우 엔화가 달러당 150엔 이상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엔화는 170엔까지 계속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6월18일로 끝난 주에 엔화 약세에 대한 베팅은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투자자들의 엔화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엔화의 반등을 전망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일본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기무라 타로는 일본은행이 연말까지 금리를 두 차례 인상하고 연준은 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향후 몇 달 동안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현재 일본 당국이 다시 시장에 뛰어들 경우 더 즉각적인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싱가포르 소재 RBC의 아시아 외환 전략 책임자인 앨빈 탄은 일본 당국의 마지막 개입 이후 달러/엔 환율의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감안할 때 시장이 개입을 "덜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