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카라는 7일 가이낙스의 파산을 공지했다.
가이낙스는 지난 1984년 설립된 이후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천원돌파 그렌라간’,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마호로매틱’ 등 공전의 히트작들을 만들고 단숨에 일본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우뚝 섰다.
그러나 가파른 성장과 달리 경영진들이 방만한 운영을 하면서 회사는 21세기 이후 서서히 경영 상태가 악화됐다. 2012년 경부터 시작한 식품관련업과 계획없이 설립한 CG 회사는 거액의 적자로 회사 운영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또 임원 개인이 회사의 이름으로 빌린 무담보 대출을 융통한 사실과 거액을 투자한 작품이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좌초되는 등의 사태가 이어지면서 가이낙스는 점점 회생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런 와중에 가이낙스를 최고의 애니메이션 회사로 만들어 낸 실력파 제작진들이 로열티 지급 문제 등으로 회사와 갈등을 빚다 대거 퇴사, 결국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로의 기능도 상실했다.
여기에 더해 2019년에는 대표이사가 미성년자 성범죄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명성도 실추됐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만든 유명 프로듀서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가 퇴사 후 설립한 제작사 카라가 다수의 IP를 인수하고 가이낙스를 되살리기 위해 거듭 지원했지만 한 번 금 간 명성은 회복되지 않았고, 고액의 부채와 채권자들의 채권 회수 청구 소송에 직면해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 명가 가이낙스는 결국 간판을 내리고 말았다.
카라 측은 "그동안 가이낙스의 부채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검토했지만, 구 경영진과 전 대표이사의 채무도 보장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으로 이어져 충분히 변제할 수 없었다"라며 “4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이렇게 마지막을 맞이하게 돼 안타깝게 생각하며 가이낙스의 상표, 명칭에 관해서는 카라에서 취득,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