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가격 강공'에 맞불…중국산 메모리 채택해 협상 주도권 탈환 노려
낸드 기술 격차 축소에 '고위험 도박'…미국 규제 리스크가 최대 변수
1c나노 D램·HBM 등 '초격차'로 수성…한국 반도체 수익성 방어 비상
낸드 기술 격차 축소에 '고위험 도박'…미국 규제 리스크가 최대 변수
1c나노 D램·HBM 등 '초격차'로 수성…한국 반도체 수익성 방어 비상
이미지 확대보기애플이 아이폰의 핵심 부품인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중국 업체와 손을 잡는 '초강수'를 검토 중이다. IT 전문 매체 Wccftech는 17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애플이 가격 협상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중국 양쯔메모리(YMTC) 및 창신메모리(CXMT)와의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빅3'가 공급자 우위의 시장 상황을 이용해 가격 인상 전략을 고수하자, 애플이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원가 부담을 덜어내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애플의 '양다리 전략', 한국 기업 수익성 갉아먹나
최근 메모리 시장 주도권이 공급자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애플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현재 애플은 아이폰17 라인업 D램 물량의 약 60%를 삼성전자에서 조달하며, 나머지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의존한다. 낸드플래시 분야 역시 삼성과 SK, 키오시아가 주요 공급처다.
하지만 공급사들의 태도는 강경하다. 키오시아는 최근 애플에 공급하는 낸드 가격을 이전보다 2배 높게 책정했으며, 분기별 가격 협상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밍치 궈 TF증권 분석가는 지난달 "애플이 메모리 가격 상승분을 흡수하며 마진율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라며 "이제 2년 단위가 아닌 분기마다 가격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애플은 중국 낸드의 선두주자인 YMTC와 D램 업체인 CXMT를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여 한국 기업들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낸드 분야에서 중국과 서구 기업 간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다는 점이 애플의 결단에 힘을 실었다.
"기술은 추격, 장비는 봉쇄"…중국 반도체 굴기의 한계
중국 메모리 업체의 성장세는 위협적이다. CXMT는 최근 차세대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3 칩 양산을 선언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비록 한국 기업의 최첨단 공정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중저가형 제품군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한국의 점유율을 잠식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장비 봉쇄'라는 거대한 장벽은 여전하다. 중국 매체 테크놀로지 플러스는 지난 17일 보도에서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없이는 중국 SMIC조차 5나노미터 이하 미세공정 진입이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장비 도입이 막히면서 '기술적 천장'에 부딪힌 상태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중국산 메모리를 채택하더라도 보안이나 미 규제 리스크 탓에 중국 내수용 제품이나 저사양 모델에 한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K-메모리' 투톱의 수성 전략… "초격차로 애플의 변심 막아야"
범용 메모리에 대한 중국의 시장잠식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초격차 기술'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1c나노미터 D램 양산 체제를 가동해 중국 CXMT와의 격차를 2년 이상 벌린다는 계획이다. 애플이 차기 아이폰에 AI 기능을 탑재하며 고성능 저전력 D램(LPDDR5X)과 HBM 수요가 급증하는 점은 한국 기업에 유리한 대목이다.
SK하이닉스 또한 엔비디아와 애플에 공급하는 프리미엄 물량을 선점하며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기기의 안정성과 성능에 직결되는 메인 D램까지 중국산으로 대체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범용 제품 시장의 점유율 하락은 피할 수 없는 만큼, 우리 기업들이 기업용 SSD(eSSD) 등 고수익처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미 국방부가 지난 13일 중국 CXMT와 YMTC를 '1260H' 명단에서 제외했다가 한 시간 만에 철회한 해프닝은 역설적으로 애플에게 새로운 전략적 틈새를 열어주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이 행정적 불확실성을 지렛대 삼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중국산 채택 가능성'을 언급하며 강력한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의 중국산 메모리 채택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기업이 직면할 매출 타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의 '큰 손'인 애플이 공급망의 10~15%만 중국으로 돌려도 조 단위의 매출 증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이는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애플이라는 우량 고객을 상대로 한 ‘가격 협상력’ 상실로 이어져 전체 수익성 지표를 훼손하는 연쇄 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미 정부의 최종 결정에 따라 한국 반도체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분석한다. 만약 제재가 완화되어 중국산 메모리가 아이폰 공급망에 진입한다면, 한국 기업은 범용 제품 시장에서 점유율 잠식과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제재가 유지되거나 강화될 경우, 애플은 공급 안정성을 위해 다시 한국 기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중국 카드'는 사실상 한국 기업의 독주를 막기 위한 심리전 성격이 짙다"라며 "삼성과 SK는 범용 제품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HBM과 고성능 LPDDR5X 등 첨단 제품의 점유율을 극대화해 애플의 변심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반도체 인식과 미 국방부의 최종 명단 재공표가 2026년 한국 메모리 산업의 매출 성장에 큰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