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6일(현지 시각) 2016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내릴 게 확실시된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더는 공조하지 않고, 각자도생할 것이라는 게 월가의 대체적 분석이다. 팬데믹 이후 고물가 사태 속에서 대체로 공조했던 주요국 중앙은행이 본격적인 탈동조화에 나선다. 블룸버그는 2일 “ECB의 첫 금리 인하를 계기로 각국의 금리 코스가 분화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ECB는 오는 6일 기준금리를 25bp(1bp=0.01%p) 인하할 것으로 글로벌 금융계가 예상한다. 5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으나 이번에 예정대로 금리를 내리고, 그 이후에는 물가 동향 등을 더 관망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지난달 31일 유로통계청에 따르면 5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해 ECB 목표 2%에서 벗어났다. 특히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4월 2.7%에서 5월 2.9%로 상승해 1년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ECB가 연준에 앞서 금리를 내리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를 비롯한 ECB 고위 관계자들은 ECB가 먼저 금리를 내리면 유로화의 약세로 물가를 자극할 위험이 있으나 연준 등과 다른 길을 가는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ECB가 6월에 처음으로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뒤 7월은 건너뛰고, 9월·10월·12월 중에 한 번 더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CB의 금리 인하 예상으로 파운드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지난 2년 사이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은 ECB와 달리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방침이다.
ECB의 첫 금리 인하는 미국 뉴욕증시에 훈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ECB에 이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 진단이다. 미국 경제 진로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2일 오후 현재 연준이 오는 11, 1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대로 5.25~5.5%로 동결할 가능성은 99.9%,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0.1%로 나타났다. 연준이 7월 30, 31일 열리는 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은 85.5%,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14.5%로 집계됐다. 그다음에 9월 17, 18일에 열리는 FOMC 회의에서 첫 금리 인하 결정이 나올지 주목을 받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에 금리 동결 가능성이 46.1%,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47.2%,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6.7%로 나타났다. 이는 금리 선물 투자자들이 9월 첫 인하 가능성을 반반으로 본다는 뜻이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연율 1.3%(2차 집계치)로 내려갔다. 미국 4월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해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고, 전월 대비로는 변동이 없었다.
문제는 고용시장 동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전문가 조사에 따르면 5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17만8000명 늘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4월에 비해 3000명 늘어난 증가 폭이다. 블룸버그 조사에서는 19만 명가량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됐다. 두 매체는 모두 5월 실업률이 4월과 같은 3.9%로 유지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주에 공급관리협회(ISM)의 5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나온다. 제조업 PMI는 3일, 서비스업 PMI는 5일 각각 발표된다. WSJ의 조사에 따르면 ISM의 5월 제조업 PMI는 49.6으로 전달에 비해 0.4포인트, 서비스업 PMI는 50.7로 1.3포인트 각각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