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NC)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자리 잡은 박병무 신임 공동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컨퍼런스콜에 참여했다.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 주주와 이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박병무 대표는 올 3월 정기 주추총회를 통해 NC 공동 대표로 취임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이자 뉴브리지캐피탈, 보고펀드 등의 대표를 맡았던 인물로, NC가 인선을 발표했을 때부터 조직 개편, 투자 전문가로서 기대 받았던 인물이다.
실제로 박 대표는 이번 컨퍼런스 콜에서 자신의 임무로 △주주 가치 제고·관리 △회사의 실적 강화 △회사 내 자원 분배 효율화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 강조한 것은 '트렌드'였다. 게임 개발 과정에 있어 젊은 이용자, 외부 게이머들의 목소리가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리뷰 커뮤니티를 재구성했다. 이와 더불어 개발 과정이 늘어져 시장 변화와 괴리되지 않도록 개발·R&D(연구·개발) 사이클도 적정한 시간 내에 끝낼 수 있도록 조정에 나선다.
인력 감축과 자산 유동화 등 보다 직접적인 조직 개편안도 언급됐다. 기존에 5000명 규모였던 조직을 연말까지 4000명 중반대까지 약 10% 감축할 계획이다. 경기도 판교에 신사옥 '글로벌 RDI 센터'를 건립하는 한편 서울 삼성동 타워는 연내 목표로 매각을 추진, 판교 중심으로 조직 통일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M&A에 관해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러 회사와 접촉, 한두 개 기업과는 초기 논의까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공개했다. 박병무 대표는 "약 1000억원의 자금을 들여 10% 비율 전후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며 "이외 추가 자사주 매입을 통해 10%를 초과하는 자사주는 소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M&A가 일정 기간 이내에 완료되지 않을 시 10% 보유분도 단계적으로 소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 1분기 NC는 연결 기준 잠정 실적으로 매출 3979억원, 영업이익 257억원을 거둬들였다. 증권가 추산치인 100억원 전후 대비 좋은 영업성과를 거뒀지만, 지난해 1분기 매출 4788억원, 영업이익 816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표였다.
특히 12월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는 실적 발표 PPT 자료에서 매출 성과가 따로 명시되지 않는 등 아쉬운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컨퍼런스 콜 중 골드만삭스와 JP모건에서 "내부의 게임 검증 시스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실제 게임 시장과 경영진의 관점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박병무 대표는 이러한 질문에 "내부 시스템에 있어 개발 기간 장기화에 따른 시장 트렌드와의 괴리, 사외 테스트의 부족 등 문제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인정했다. 또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 'NC의 게임'이라고 하면 비판부터 이뤄지는 면이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 상당수 사내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외에서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와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해외 테스트의 경우 NC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이들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현 시장 트렌드에 맞춰 유저 친화적 비즈니스 모델(BM)을 구축하고 이를 적용한 게임을 꾸준히 선보인다면 게이머들의 센티먼트(심리) 또한 변화할 것으로 보고있다"고 덧붙였다.
NC는 향후 1년 6개월에 걸쳐 약 10종 전후의 게임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가깝게는 캐주얼 대전 액션 '배틀크러쉬'와 카툰 그래픽 RPG 'BSS(블레이드 앤 소울 S)', 여기에 '블레이드 앤 소울 2' 중국 서비스와 '쓰론 앤 리버티' 서구권 서비스, '리니지2M' 동남아 서비스 등을 준비한다.
'기존 레거시 IP 기반 새로운 장르 게임' 또한 공개할 계획이다. '리니지'나 '아이온' 등 MMORPG IP를 기반으로 다른 장르의 스핀오프작을 내놓을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에 2025년 MMO 전략 게임 '프로젝트G(가칭)'와 '아이온 2', 오픈월드 슈팅 게임 'LLL' 등 대작 IP들로 뒤를 받친다.
박병무 대표는 "회사 발전을 위해선 경영진과 주주 외에도 주요 소비자, 즉 게임 이용자까지 3자 간 신뢰가 선결돼야 한다"며 "주주들에겐 보다 애자일(Agile, 기민함)한 조직 구성을, 소비자들에겐 유저 친화적인 새로운 게임과 BM을 선보여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차기 게임 라인업을 계획대로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