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 기업의 역내 공공사업 투자에 대해 불공정 보조금 등을 이유로 조사에 나서면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독일이 중국 자본의 국내 투자 유치를 위해 오히려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현지 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독일 정부가 중국 자본의 독일 투자에 대한 심사 강화 방침을 축소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독일 정부의 움직임은 지난 16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함께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이후에 나온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정상 간 만남에서 독일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외국인 투자 심사 법안이 침체한 독일 경제의 활성화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당초 계획했던 규제를 축소 및 완화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에 따르면, 독일 경제부는 이 법안을 통해 정부에 외국인 투자의 안보 위험을 심사하는 권한을 주고, 이러한 심사 대상을 양자 기술·초미세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 핵심 산업에 대한 해외 기업의 직접 투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자국 기업의 현지 진출과 관련 투자를 독려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법안이었다.
하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숄츠 총리의 방중 이후 독일 정부는 해당 법안의 규제를 축소하는 것은 물론, 아예 폐기하는 것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WSJ을 통해 “투자 심사는 독일 안보와 공공질서에 대한 위험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동시에 외국인 투자에 개방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독일의 이러한 태세 전환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대중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EU의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EU 내에서 상당한 반발을 불러올 전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풍력 발전용 터빈 등의 분야에서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산 제품이 역내 기업들을 상대로 불공정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고 있다. 이후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이에 반발하는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