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좌충우돌 발언을 쏟아내 하루가 멀다하고 논란의 중심에 서왔던 일론 머스크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돼 최근 미국 법정에서 증언을 하는 과정에서 그의 ‘내로남불’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X를 표현의 자유가 완벽하게 보장되는 공론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주장해왔지만 막상 본인은 팩트체크도 하지 않은 채 글을 올려온 사실이 머스크의 입을 통해 확인돼서다.
◇머스크 지난달 열린 재판서 충격적 내용 증언
머스크의 재판 증언 내용은 8일(이하 현지시각) 허프포스트의 보도를 통해 가장 먼저 알려졌다.
머스크는 지난달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충격적인 내용의 증언을 쏟아냈다.
이 재판은 머스크가 지난해 6월 27일 X에 올린 게시물 때문에 열렸다.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22세 유대인 청년 벤저민 브로디가 머스크를 상대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최소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때문이다.
머스크는 이 게시물에서 앞서 6월 24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성소수자 축제 행사장 인근에서 극우주의 단체 회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시위를 벌이며 대치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유한 뒤, 일부 X 사용자들이 이 시위 참가자 중 한 명으로 브로디를 지목한 것에 대해 “(정부 기관에 들어가길 바라는) 대학생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브로디는 머스크 같은 유명 인사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유대인을 겨냥한 음모론에 동조하는 바람에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머스크는 각종 음모론과 혐오 트윗에 동조하는 입장을 되풀이해 밝히면서 대기업을 비롯한 주요 광고주들의 X 이탈 사태를 촉발해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어왔다.
◇머스크 “팩트체크 안 하고 글 올려” 실토
머스크의 이번 재판 증언 내용이 큰 파장을 일으키는 이유는 “팩트체크를 하지 않고 글을 올려왔다”고 그가 실토했기 때문이다.
허프포스트가 입수한 법정 증언 녹취록에 따르면 그는 “내가 왜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당했는지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머스크는 자신이 X에 올려 논란이 된 수많은 글 때문에 X가 경영 위기에 몰렸을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내가 X에 글을 올린 때는 회사 경영에 재정적으로 미칠 영향을 따져가며 올리기보다는 내가 보기에 대중에게 흥미롭거나 중요한 사안이라는 확신이 들 때 올린다”면서 “그럼에도 회사를 돕기보다는 재정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쪽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자신이 X에서 2개의 ‘대포 계정’을 운영한 적이 있다는 사실도 털어놔 향후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대포폰’이 주로 범죄에 사용할 목적으로 등록자 명의와 실제 사용자가 다르게 개통하는 핸드폰을 말하는 것처럼 대포 계정 역시 실제 계정 주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사용하는 계정을 가리킨다.
◇머스크 변호인 “증언 내용 일반에 공개하지 말아달라”
머스크는 다만 원고 브로디가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 “미디어나 소셜 미디어에서 사람들이 공격을 당하는 일은 다반사로 있는 일”이라며 “내 리트윗 때문에 원고가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주장해 또 다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아울러 이 문제의 증언 녹취록을 재판장의 공식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는 일반에 공개하지 말아줄 것을 머스크 변호인 측이 재판부에 요청한 사실도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머스크가 증언 내용에 대해 당당한 입장이라면 공개하지 말 것을 요청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