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60억~70억 달러(약 9조4800억원)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 지급 계획을 곧 발표한다. 로이터 통신은 8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가 대만 TSMC에 대한 보조금을 공개한 데 이어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을 공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삼성전자가 애초 17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투자 규모를 440억 달러(약 59조6400억원)로 확대하기로 했고, 미국 정부도 이에 맞춰 보조금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에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여기에 더해 추가로 한 개의 반도체 공장, 첨단 패키징 시설, 연구개발 센터 등을 건설할 것이라고 로이터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삼성전자의 신규 반도체 공장은 대만 TSMC에 이어 역대 셋째로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이 소식통이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아직 신규 공장 건설 장소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도 지난달에 삼성전자가 추가 투자 계획과 함께 60억 달러(약 8조1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었다.
미 상무부는 이날 반도체 지원 및 과학법(칩스법)에 따라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에 총 116억 달러(약 15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는 TSMC에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 66억 달러(약 8조9000억원)를 지원한다. 이 보조금과 함께 50억 달러(약 6조8000억원) 규모의 저리 대출을 TSMC에 제공한다.
TSMC가 받는 보조금 66억 달러는 애초 예상됐던 50억 달러에 비해 30% 이상 늘어난 것이다. TSMC는 투자 규모를 250억 달러(약 33조9000억원)에서 650억 달러(약 88조1000억원)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애리조나주에 2나노 공정이 활용될 세 번째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TSMC는 이미 400억 달러를 들여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팹 두 곳을 건설 중이다.
미국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자국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에 보조금 85억 달러와 대출 110억 달러 등 총 195억 달러(약 26조4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올해 약 12개 기업에 정부 보조금이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댈러스 인근에서 173억 달러(약 23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나 공장 건설 비용이 애초 예상보다 무려 80억 달러가 늘어나 2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미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은 약 500만㎡(150만 평) 규모로 조성된다. 삼성전자는 새 공장에서 5G,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한다.
칩스법에 따르면 각 프로젝트 총비용의 최대 15%를, 팹(제조공장)당 최대 30억 달러(약 4조원)까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이 제공된다. 미국은 반도체를 개발한 국가이나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가량에 불과하다. 미국은 중국의 위협을 받는 대만이 핵심 반도체 생산 국가인 점 등을 고려해 미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을 대폭 늘리려 한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원)를 직접 지원하고,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모두 2800억 달러(약 368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칩스법을 제정했다. 초당적으로 미 의회를 통과한 이 법에 따르면 약 390억 달러가 미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 시설을 신설, 확장, 현대화하는 기업에 제공된다. 나머지 110억 달러는 반도체 연구·개발 지원비로 사용된다. 방위산업 관련 반도체 업체에는 20억 달러가 지원된다.
한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발효된 이후 미국 현지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나라로 꼽힌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11월 말까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규모가 최소 555억 달러(약 72조원)에 이른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전체 투자의 4분의 1이 넘는 규모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