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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장비주문 ‘3배 이상’ 증가…작년 매출 30% 급등

최용석 기자

기사입력 : 2024-01-25 11:56

ASML의 EUV 리소그래피장비 모습.  사진=-ASML이미지 확대보기
ASML의 EUV 리소그래피장비 모습. 사진=-ASML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제조사에서 이제 유럽을 대표하는 반도체 관련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ASML이 지난 분기 주문량 급증에 힘입어 기록적인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ASML의 실적 발표 내용을 인용해 지난 2023년 4분기 장비 주문량이 3배 이상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에 힘입어 지난해 순매출도 276억 유로(약 40조 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30%나 껑충 뛰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유로넥스트 암스테르담(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에서 ASML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9.7% 상승한 775.80유로로 마감했다.
ASML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26억 유로(약 3조7700억 원)였던 반도체 장비 주문량은 4분기에만 91억9000만 유로(약 13조3400억 원)로 3배 이상 껑충 뛰었다.

ASML은 회로 선폭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필수인 EUV(극자외선) 리소그래피(노광·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공정) 장비를 제조·공급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장비 한 대 가격만 약 1억8000만 달러(약 2400억 원)에 달한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를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마이크론 등 첨단 반도체 제조사들이 ASML EUV 장비의 주요 고객이다.
특히 지난 분기 주문량은 블룸버그가 전문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평균 추정치인 36억 유로를 훨씬 상회했다. 전체 주문량 중 최신 EUV 리소그래피 장비 주문 규모만 56억 유로에 달했다.

ASML 장비 주문량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고성능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신규공장 설립을 포함한 설비 투자 규모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피터 벤닌크(Peter Wennink) ASML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 인터뷰를 통해 “엄청난 규모의 컴퓨팅 성능을 요구하는 AI는 우리와 고객 비즈니스의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ASML 장비 주문량 급증은 첨단·고성능 제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부활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업계 건전성의 지표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2024년 새해 전망도 탄탄하다. 최근에는 2나노급 이하 차세대 초미세 공정을 위한 ‘하이 NA EUV’ 장비까지 공급을 시작하면서 반도체 업계에서 ASML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재 1년에 10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하이 NA EUV 리소그래피 장비의 가격은 대당 3억 달러(약 4000억 원) 선으로 추정된다. 인텔이 일찌감치 대량으로 주문한 데 이어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 등도 신규 발주를 서두르고 있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폭발적인 주문량 증가는 더는 없을 전망이다. ASML의 최대 거래국 중 하나였던 중국으로의 장비 수출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로 막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ASML 주문량이 급증한 또 다른 이유로 중국의 DUV(심자외선) 리소그래피 장비 주문이 늘어난 것이 꼽힌다.

앞서 로저 다세 ASML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번 분기 중국 매출은 25억8000만 달러로 전체 매출의 46%를 차지했다”라며 “이는 전 분기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라고 밝힌 바 있다.

첨단 EUV 장비 수입이 막힌 중국은 미국의 규제를 피해 상대적으로 구형인 DUV 장비로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ASML을 비롯한 주요 장비 제조사들에 DUV 장비를 대량으로 주문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미국이 네덜란드 정부를 통해 마지막 물량인 DUV 장비 3대의 선적을 중단시키면서 ASML은 중국에서의 추가 주문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벤닌크 CEO도 “2023년은 최고의 해였다”라며 “2024년에는 지난해처럼 30%에 달하는 매출 성장은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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