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LG 엔솔)이 지난달에 ‘리튬 왕국’ 칠레에서 중국의 리튬 기업 텐치(Tianqi), 칠레 정부 당국과 함께 새로운 리튬 생산 프로젝트를 협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미국 언론이 3일(현지시간) 칠레 정부 당국의 정보 공개 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또 프랑스의 글로벌 광산기업 에라멧(Eramet) SA도 지난해 11월에 칠레 당국과 별도로 협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 정부는 LG 엔솔 대표자 등과 만나 리튬 채굴을 위한 민관 합동 프로젝트에 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LG엔솔은 현재 칠레 리튬 업체 SQM과 양극재 처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LG엔솔 대표단은 니콜라스 그라우 칠레 경제부 장관, 오로라 윌리엄스 광업부 장관, 호세 미구엘 베나벤트 칠레경제개발공사(Corfo) 사장 등과 만났다. SQM의 2대 주주인 중국의 텐치는 칠레의 새로운 리튬 정책에 따른 신규 투자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칠레가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 산업을 국유화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지난해 4월 국영 TV 연설에서 세계 1·2위 리튬 생산업체인 알레말(ALB)과 ‘소시에다르 키미카 이 미네라(SQM)가 갖고 있는 리튬 사업 경영권을 별도의 국영 기업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리치 대통령은 향후 리튬 계약이 정부가 통제하는 공공·민간 파트너십으로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칠레는 리튬 채굴을 위한 국영 기업인 코델코(Codelco)를 통해 리튬 산업을 통제한다. 코델코는 세계 최대 구리 생산업체로 칠레 국영 기업이다.
중국의 텐치는 글로벌 탄산리튬 생산 점유율이 13%에 달한다. 이 회사는 리튬 채굴 3위 기업인 칠레 SQM의 2대 주주 지분(23.77%)을 2018년에 인수했다.
LG엔솔은 지난해 7월 칠레 SQM과 7년간 10만 톤 규모의 리튬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 200만 대 이상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물량이다. 공급 기간은 2023~2029년까지다. LG엔솔은 이 계약을 통해 '하이니켈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의 원료로 사용되는 수산화리튬과 '로우니켈 및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주로 사용되는 탄산리튬도 대규모로 공급받는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확인된 리튬 매장량은 총 8000만t으로 이 중 2200만t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 칠레(920만t)는 사용할 수 있는 리튬이 가장 많이 매장된 나라다.
리튬은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차 등 수많은 장치에 전원을 공급하는 충전식 배터리의 핵심 구성 요소로 ‘하얀 석유’로 불린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광물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기차 한 대의 리튬 이온 배터리팩에 8㎏ 이상의 리튬이 들어간다.
테슬라는 칠레에 남미 지역 교두보를 구축한다. 테슬라는 최근 칠레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칠레 시장 진출 준비를 하고 있다. 테슬라는 북미 전역과 유럽, 아시아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확장해 왔으나 아직 남미 대륙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1위로 등극한 중국 BYD는 이미 칠레 시장에 뛰어들었다. BYD는 칠레에서 새로운 추출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BYD는 남미에서 칠레와 브라질을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만들 계획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